부산 탈성매매자 모임 '뭉치' , "탈성매매 이후가 더 중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성구매자들은 돈을 냈다는 이유 하나로 비난을 피해갑니다"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부산 YWCA 2층 강당. 전국연대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인 '뭉치' 회원 3명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80여 명의 청중 앞에 섰다.
‘무한발설 좌담회’는 성매매 경험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성매매의 실체와 우리나라 성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해보는 집담회로, 이번 부산지역 뭉치회원들의 ‘무한발설’은 서울과 전주, 대구, 대전에 이어 5번째다. 뭉치소속 여성회원들은 세 시간 동안 성매매 경험담과 함께 진솔하고 과감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A씨는 버림받아 배고팠던 초등학교시절, 생존의 갈림길에서 잘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해준 성매매업소에 처음 발을 들여 놓게 된 사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렸기 때문에 단순히 그 호의가 좋았다. 하지만 소개비 몇 푼에 팔려간 성매매 업소를 빠져나오기까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성폭력은 성매매의 일상이 됐고, 업소 여성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성매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상황을 회상하면서, 사회 구조적 문제
를 지적했다. A씨는"남들은 흔히 식당이나 공장을 택하지 않은 것을 탓하지만, 지금성매매와 공장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공장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당시 나를 받아주는 곳은 공장이 아닌 알선업자였다"고 말했다.
를 지적했다. A씨는"남들은 흔히 식당이나 공장을 택하지 않은 것을 탓하지만, 지금성매매와 공장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공장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당시 나를 받아주는 곳은 공장이 아닌 알선업자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뭉치 회원 B씨는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돈을 주고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비난은 성매매 여성에만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성매매 경험 여성은 "남성들은 돈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자가 된다. 남성은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은 피임기구 사용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며 성매매의 현실을 털어놨다. B씨는 "그것이 일상이 되면 성폭력을 스스로인지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게 된다. 돈이라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성폭력을 참게 되고, 이것이 성매매와 성폭력의 경계가 사라지는 이유"라는 경험담을 말했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를 벗어날수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생계수단’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부터 성매매 집결지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무능력자로 전락하게 되고, 이것은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들 성매매피해여성들이 스스로 자립하여 완전한 탈성매매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고단한 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탈 성매매 이후 사회성이 결여돼겨우 시작한 식당일조차 일주일 만에 그만두게 된 경험을 털어놓은 B씨에 이어, C씨는 "탈성매매 의지를 갖고 있어도, 사회 구성원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받으면 어쩔 수없이 성매매 업소를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뭉치회원들은 “성매매는 개인적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탈성매매 의지가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더 이상 여성들에게만 탈 성매매를 요구하기보다 남성들에게도 탈 성구매가 이루어지도록 사회적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기량 기자
[2013년 7월19일 제43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