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3선 총리 성공 … 4년 재임 완료하면 유럽 최장수 여성총리
독일판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59) 독일 총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총선결과 ‘3선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은 41.5%의 득표율을 획득하며 압승을 거두면서 메르켈 총리의 3선 연임이 가능하게 된 것. 메르켈 총리가 오는 2017년까지 총 12년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될 경우, 11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를 능가하는 유럽 최장 여성총리가 된다.
메르켈은 독일 시골 작은 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나 1990년대 여러 장관직을 거쳐 2000년 4월 보수적인 기독교 민주당의 첫 여성 당수가 됐다. 2005년엔 옛 동독출신으로 독일 첫 여성총리이자 최연소 총리로 출발해 지금까지 8년을 집권했다. 한때 동독 공산당 청년 조직에도 몸담았던 메르켈이 남성 중심 보수정당을 이끌고 독일 첫 여성 총리에 이어 3선 고지까지 사실상 넘게 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메르켈이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그녀 특유의 성품과 정치스타일,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한 선거 전략이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게르만의 철의 여인’, ‘프라우나인(Frau Nein·아니요 부인)’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독일에서는 ‘무티(Mutti·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부드럽고 안정감있는 여성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 특유의 리더십은 대중적 인기를 높였고,메르켈 집권 8년 동안의 연평균 약 2%의 경제성장은 대중의 지지도를 굳히게 됐다. 올해 2분기에도 0.7%의 성장을 이뤄냈으며, 실업률은 5.3%로 유럽국가 중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또, DPX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치인으로서의 3선 메르켈에게는 대외적으로 두 가지의 큰 숙제가 있다. 유로존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 장치들을 만드는 일과 그리스 정부의 부채 문제가 그것이다. 연정 협상과정에서는 주요 정책과 각료 배분 등을 놓고 치밀한 논의가 수개월에 걸쳐 이루어진다. 성장 우선정책을 강조하는 사민당은 메르켈이 추진해 온 그리스에 대한 긴축 압박을 다소 완화하고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후 마셜플랜을 통해 대규모 재건자금을 받은 것처럼 그리스 등재정위기 국가에 대한 지원을 전향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내 문제에 있어선 부자 증세와 동일 최저임금제가 협상 대상이다. 메르켈이 대연정을 구성하는 대가로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메르켈 총리가 지금의 연정을 유지하게 되더라도 의회 장악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독일 내의 그녀의 견고한 지지도는 변함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시윤 기자
[2013년 9월 27일 제45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