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표적 여성단체인 (사)부산여성단체협의회가 내부 불협화음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현 박수자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내분은 지난 2년간 하루도 바람잘 날 없었다. 때문에 매월 개최해오고 있는 정기 월 이사회 조차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부산의 제1 여성단체로서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해온 부산여협이 왜 이렇게 됐을까.
사건의 발단은 2년여전 당초 선거를 둘러싸고 빚어진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화근이 됐지만 매월 이사회 개최 시 마다 회의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은것에 대한 회장의 지도력에 이사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불신이 고조되기에 이르렀다는 게 여협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정상적인 이사회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집행’하는등을 이유로 현 회장의 불신임을 거론해온 이사측은 급기야 현 회장의 해임을 조치하는 등 양측의 고소·고발이 꼬리를 물며 치열한 법정 공방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양측이 각각 소집해 개최한 이사회와 관련 인정 여부를 놓고 법적해석은 분분하다. 현 박회장 반대 이사측은 “지난 7월 1일 이사회에서 무기명 투표에 의해 회장직을 해임했다”며 “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수자 회장측은 “특별한 이유없이 반대파들이 제22대 당시 정관개정으로 이사의 임기가 6년으로 개정된 것과 관련, 내년도 2015년을 즈음해 대의원자격이 상실되자 조항을 개정하려한 이사들이 부당한 요구조건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반대파를 형성하여 일부러 분쟁을 야기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이사회를 열어 회장 대행자를 정해정당한 협의회운영을 방해해왔다”고 해명하고 “협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직위중단과 관련한 반대측 소장을 기각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대측 이사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런 이유로 해임조치를 했던 게 아닌데 기본을 망각한 발언” 이라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부산여협의 이같은 파행운영과관련 급기야 부산시 주무부서인 여성가족정책담당관실도 적극적 해결조치에 나섰다. 지난 2013년 4월 이후 무려 17차례에 걸쳐 양측의 중재를 위해 각각 또는 쌍방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으며, 전임회장, 임원단 양측 대표단을 면담,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 중재를 모색했으나 양측의 간극만 확인하고 만 상태다.
이에따라 부산시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법인의 조직운영과 사업시행에 대한 지도점검에 들어갔으며 계속적인 실무적 지원 작업에도 불구, 사무부장 및 회계간사가 무려7차례이상 사퇴 또는 교체되어 업무의 연속성이 없었고 실무 지도점검이 힘든 상황이 계속되어왔다고밝혔다.
현재 부산여협은 2013년도 보조금 정산검사, 2014년 4월 보조금 환수조치 등 2014년도 기교부한 몽골여성단체 국제교류사업비 보조금 외에는 전부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올 상반기 계획된 부산여성대회도 무기한 연기됐으며, 연례사업 모두 중단, 식물단체나 다름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사태를 지켜보던 역대 부산여협 회장들이 급기야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10월 22일 비상대책위원회(공동회장 김기묘 최소남)를 구성, 대책회의를 갖는 등 오는 11월 3일 이사회를 거쳐 조속히 내분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편 부산여협의 한 이사는 “회장은 자기 고집과 자기주장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사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포용을 우선해야 하는 등 협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모든 불협화음은 결국 회장의 무능과 지도력 부재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고 현 회장이 모두 떠안고사임하는 게 내분을 수습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며 “더 늦기전에 스스로 물러나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는 “내년 2월이 임기 만료되고 얼마남지 않았는데서로 절충 합의하여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한다”며 “제 얼굴에 침뱉는 형국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여협 이사 대부분은 “지역사회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해임이든 아니든 제대로 된 이사회 개최를 통해 결정에 따라야할 것”이라며 “만약 연내 내부갈등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할 경우 불협화음은 꼬리를 물게 될 것은 자명하고 차기 회장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바, 어떤 식으로든 조속히 결론을 지어야 될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977년 5월 설립된 사단법인 부산여성단체협의회는 부산지역 여성단체 협의체 중 가장 오랜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성단체. 초창기 관변단체의 역할에서 벗어나 90년대 들어 지역여성운동과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지역사회에서 막강한 여성들의 파워를 보여주는 한편 여성의 세력화를 도모 다양한 지역이슈와 관련 절반의힘을 발휘함으로써 존재감을 보여왔다.
설립 이래 평균 29~30여개 직능단체 대표가 이사로 참여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부산여협은 현재 28개 단체 5만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대규모 여성단체로 연간 시보조금은 3천~5천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 받아왔다.
초창기 부산여협회장은 1년 임기에서 정관개정 후 2년을 임기로재임이 인정됐으나 최근 정관개정후 2년 단임제로 바뀌었다. 또 정기총회에서 대의원인 이사들의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해온 부산여협은 매 회 선거 때마다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적잖은 내홍을 겪고 있어 추대 형태의 선거제로 바뀌어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쌍방이 납득할만한 합법적인 이사회를 개최하고 결과에 따르는 것이 현 부산여협의 당면 과제다.
김유혜민 기자
[2014년 10월 27일 제57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