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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열(熱)과 정(情)…닮음과 다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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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정 (熱情)이 란 단 어 는 열(熱)과 정(情) 두 글자가 모여 하나의 가족이 됐다.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서로의 궁합과 성격이 제대로 맞아떨어져 때로는 형제처럼 때로는 부부같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화합하는 가정의 전형(典型)으로 사랑받고 칭송도 듣는다.

열(熱)이 앞에 서면 열정(熱情)이 되고 뒤로 가면 정열(情熱)이 된다. '열정'과 '정열'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즐겨 사용하는 어휘이다. 닮은 것도 많지만 다른 것도 많다. '열정'의 어학적 의미는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감정중의 하나로 어떤 일에 대해 열렬하게 마음을 가지는 행위, 그 자체"를 말한다.

한 글자씩 뜯어서 풀어보면 열(熱)은 "원자와 분자가 질서없이 움직이며 활성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도가 이동하는 화학적 현상"이다. 정(情)은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으로 심리적이고 철학적이다.

심오함과 깊이"를 가진다. 열과 정이 뜻을 하나로 모으면 격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힘이 황소와 같다. 불타는 화염(火炎)과도 같다. 활달하고 집착력이 강하다. 활화산처럼 솟아오르는 그 폭발력은 외부로 발산된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의 양대 활력소(活力素)가 바로 열과 정이다. 그러나 그 온도차는 크지만 영하(零下)로 절대 내려가지 않고 영상(零上)에 상주(常住)한다. 열(熱)은 이글거리며 뜨겁고 시끄럽고 요란하다. 무서울게 없다.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과 제철소의 용광로에 비유되기도 한다. 불타오르는 남국의 황홀한 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투지와 끈질김으로 매사를 앞장서 나가며 견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창조와 생성의 신화를 탄생시키는가 하면 파괴와 소멸을 불러와서 스스로 사라지기도 하는
순간적인 약점도 있다. 바람을 만나면 더욱 신이 나는 산불도 있지만 힘없이 쉽게 꺼져버리는 바람 앞의 촟불같기도 하다. 허탈함과 나약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부침(浮沈)이 잦은 외부지향성 돌격형이다.

이와는 다르게 정(情)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꽃피고 새 우는 화창한 봄날같기도 하다. 조용하며 은근하다. 오래 오래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단단하게 매어져 있다. 겨울철 온돌방 아랫목에 비유되기도 하고 놋화롯가로 사람을 불러모으는 흡인력(吸引力) 같은 매력을 가지고도 있다. 엄동설한의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고 스스로 솟아오르는 화초와 풀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비유되기도 한다.

심연(深淵)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화사한 연꽃 같기도 하다.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서 내면으로 깊이깊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마음 같기도 하다. 외유내강(外柔內强)이다. 맹자(孟子)나 순자(旬子)가 설파(說破)한 인간 본성의 사단칠정(四端七情)을 굳이 끌어대지 않더라도 애틋하며 그립고 보고싶은 절실함 같은 인간 본연의 심성이 바로 정이다.

정이 끌어 당기는 유혹과 충동은 죽음도 불사한다. 그래서 정만 남기고 떠나간 인거여정(人去餘情)을 사람들은 덧없어하고 슬퍼한다. 잊거나 버리고 살아가기 힘든 정신세계다. 열과 정은 지나치면 병이 되는 수도 있다.

열은 체온 36.7도를 넘어서면 이상증세를 보인다. 신열(身熱)이 정상체온을 넘어서면 발병(發病)을 의심받게 되고 병원을 찾게 된다. 정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그래서.시인묵객들은 '다정(多情)도 병인양하여 잠 못들며 뒤척이고 있는 밤'을 시(詩)와 소설, 그림과 영화로 그려냈다.

열정과 정열은 이 험난한 세파(世波)를 헤쳐 나가는데 꼭 필요한 원형질(原形質)임에 분명하다. 열정과 정열은 성별과도 관계없다. 늙거나 젊음에 관계없이 우리가 향유해야 할 생활의 원기소요, 힘의 원천이다. 열정이 식어버리고 정열이 사그라지면 인생은 살아가는 맛과 멋도 잃게 될 것이다.

존재의 가치도 의미를 잃고될 것이다. 시들고 말라 비틀어진 꽃의 서글픈 잔해(殘骸)에서 향기가 날 턱이 없다. 열정과 정열. 그것은 싱싱한 마음의 청춘상태에서만 발현(發顯)된다. 열정과 정열로 무장된 청춘산맥(靑春山脈)을 달려가자. 살맛 나는 멋진 세상을 열어가자.


[2019823일 제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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