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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작은 키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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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작은 키 때문에 정말 죽으려 했던 적이 있다.
 
1960년대 16살 때 해인사에서 큰스님을 모시고 살던 시절이었다. ‘다른 스님들은 모두 큰데 나는 왜 이렇게 작게 태어 났을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십대 초반까지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작은 키를 키울 수 있을까 하고 고심을 많이 했다.
 
그때 마침 단 몇 개월만에 5cm, 6cm로 커진다는 신장기(伸長機)라는 키 크는 기계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작은 키 때문에 대중생활 속에서 많은 곤란을 당한나로서는 솔깃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옳지 됐다 싶었다. 기구를 처음 사용할 때는 나도 남처럼 키가 쑥쑥 크리란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기계를 사용하고 나서 키를 재보았다. 그러나 나의 키는 요지부동이었다.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다시 3개월을 더 해보기로 작정하고 더욱 열심히 사용했다. 그렇게 또 3개월이 지났지만 허사였다. ‘삼 세 번이란 말도 있는데 한 번만 더 해보자.’ 스스로 위로하며 온 힘을 다해 다시 3개월을 사용했지만 야속하게도 키는 커지지 않았다.
 
9개월 동안 키 클 욕심으로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전혀 커주질 않으니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스님으로 가져서 안될 생각이지만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시던 자운 큰스님을 따라 부전시장에 갔다가 두 다리가 잘린 사람이 타이어 조각을 몸에 감은 채 시장 바닥을 기어가며 동냥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두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릴수도 있지만 저 사람은 그럴 수도 없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 어디라도 뛰어갈 수 있지만 저 사람은 그럴 수도 없다. 내 키가 작다고 절망하는 생각이 사치가 아닌가.’ 그동안 작은 키 때문에 고민했던 나 자신이 그 사람 앞에 오히려 부끄러웠다.
 
나중에 내가 왜 작은 키로 태어났는지 부처님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다. 키가 작은 것은 키가 작은 짓을 했기 때문임을 알았다. 전생에 남에게 배려할 줄 모르고 아만을 부리며 살았기에 이렇게 작은 몸을 받은 것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거느리고 부자로 살면서도 내 잘난 줄만 알고, 너희들은 모두 내 덕으로 산다는 자만심으로 아랫사람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이 업신여기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 과보로 이렇게 키 작은 몸을 받은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못 생겼을까. 나는 왜 이렇게 날씬하지 못할까. 더러 자기 외모나 가정 형편 때문에 부모를 탓하며 원망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부모나 조상을 원망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망하고 불평불만하기 전에 나에게 부족한 점이 뭔가 돌아보고 하나씩 고쳐나가면 인생이 바뀌게 된다.
 
부자로 태어나고 싶으면 작은 것이라도 베풀며 살아야 한다. 키가 크게 태어나려면 남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으면 잘난 사람 시기 질투하지 말고 남이 잘되면 밝게 웃으며 함께 기뻐해주고, 바른 마음 고운 말을 하며 살아야 한다. 부부가 백년해로하려면 서로 부처님이나 하느님 모시듯 공경하며 살아야 한다. 양친부모에게 사랑받고 살려면 홀로 된 이웃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혼자된 사람을 돌보는 공덕을 지어야 한다. 또 오래 건강하게 무병장수하려면 병든 사람 보살피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어야 한다. 이렇게만 산다면 지금 이생에도 행복과 기쁨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2015424일 제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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