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19일

여유시론

박 전 대통령, 꼭 감옥에 있어야 하나

전상수 고문님.jpg

그날 서면 영광도서 앞길엔 박 근혜 전 대통령 석방 천만인 서명 운동이라는 플래카드를 두른 홍보 트럭이 영상물을 비추며 서명을 호소하고 있었다. 약간 쌀쌀한 탓인지 주말저녁 무렵인데도 지나가는 사람도 별 없고 서명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이 든 몇 사람이 어깨띠를 두른 채 주변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디스크 증세와 척추 협착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 되지 않고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과 형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내용 등 이었다.

통증이 심하니까 석방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정치가 뭐라 한들 상관없이 나이 든 세대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허리통증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 본 사람에게는 측은감이 더해진다. 자리에서 일어 날 때나 누울 때면 딱 죽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아플 때도 많다. 통증이 심하면 불면증은 따르기 마련이다.

이 명박 전 대통령, 댓글 조작혐의로 구속됐던 젊은 김경수 지사는 짐작대로 구속 77일 만에 풀어주었다. 유독 아픔을 호소하는 박 전 대통령은 2년 넘게 구속해 두는 사유가 무엇인지, ‘불통 정치로 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건강이상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는 정부가 여성인 박 전 대통령이 편하게 통증을 치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마저 외면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에겐 기댈 남편도 자식도 부모도 없다. 대통령 잘 하려고 형제도 조카도 버렸었다.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최악의 선고를 받은 것이다. 만일 어쩌다 그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동영상 1컷이라도 비쳐진다면 왜 저렇게 될 때 까지 붙잡아 두었을까비난여론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정치적 셈법보다 인간적 연민도 나라 운영에 때로는 필요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잘, 잘못은 법에서 따질 문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주장했던 니체의 말처럼 인간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노, 장년층들은 그의 장기구속을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명에 간 아버지, 어머니와 그 이후 불행을 극복한 과정에 연민의 정을 느꼈기 때문일 거다.

언제인가는 모르지만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된다면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른다. “내 수인 번호도 모른다.”고 속내를 비친 것이 그런 의구심을 갖게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박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먼저 서로를 용서하며 따뜻한 언니, 누나 고모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 본다. 대통령 하면서 근접도 못하게 한 혈육을 챙기고 조카들의 재롱이라도 보며 만년을 보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많은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탄원하고 있다. 쇠약해진 사람 옥에 가두어 두는 것보다 이제 옆에서 누군가가 병든 심신을 보살펴 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부드러운 정치의 한 면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속몰이로 나가면 다음 정권이 또 전 정권 인사를 구속하는 물고 물리는 사태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국민이 화합하는 정치를 외면하면 조선조의 당쟁이나 다른 것이 무엇인지. 당쟁으로 일관한 조선의 국력은 없었고 백성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조정을 욕 했다. 당쟁이 다음 정권으로 계승 되는 한 발전도 미래도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용서 관용 화합으로 반대세력도 다독이고 포용하는 정치가 있는 나라에서 국민은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 용서 할 줄 아는 아량 있는 큰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2019425일 제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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