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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

이기숙의 행복아카데미<29>웰빙과 웰다잉(well being & well 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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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70세의 과업 : ‘죽음을 생각하다’란 글을 썼다. 평균 70세 정도에서는 막연하게나마 ‘삶과 죽음’ ‘나는 어떻게 죽을까?’라는 생각을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겠는가?

나이 80세에 진입하는 비율은 동년배의 30%정도이다. 나이를 더 먹고 질병이 뚜렷이 나타나면 ‘내가 죽음을 향해 가고 있구나...무얼 어쩌지...’라는 실제적 답이 필요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현실적 죽음을 준비해야한다.

첫째, 짐 정리 - 80 평생 살면서 숱한 것들을 지니고 살았을 것이다. 소위 ‘유품(遺品)정리’라고들 하지만, 내 죽은 후 다른 사람이 내 짐을 치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물건들의 가치에 따라 적절한 처리, 배분을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공직에 계셨던 분들은 유익한 사료(史料)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관 기관에 기증하면 좋을 것이다. 70대에 짐을 반 줄이고, 80대에 다시 그 반을 줄이면 좋다는 조언도 있다. 마지막 어느 자식 집에 가든, 어느 공동주택, 시설, 병원에 가든 내 짐은 트렁크 1,2개에 불과하여야 한다. 나의 소지품 정리중 ‘사진’정리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 사진들은 나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누어 줄 것은 주고,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것은 따로 상자에 넣든가 usb 등에 담아 후일 누워서 심심할 때 보고 또 보고하는 장난감이어야 한다.

둘째, 자서전 적기 - 글을 적을 수 있다면, 나의 추억들을 적어 보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나의 연대기(年代記)’를 작성해 본다. 출생부터 시작해서 연도별로 나의 삶에 등장한 숱한 사건들을 적어 보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나의 평생 업적이 세세히 기록된다. 초등학교 입학, 결혼, 자녀 출산, 어린 자녀죽음, 자녀 결혼, 부모님 죽음, 사건사고 등등 숱한 내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사이사이 메워질 것이다.

종이 서너 장에 연도순으로 적힌 그것들이 바로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다 적고 나면 힘든 일들을 이겨낸 보람, 열매 맺은 어떤 과업들을 통해, ‘내가 참 잘 살았구나’라는 자신의 삶의 가치가 발견되어 뿌듯해진다. 더 욕심을 낸다면 ‘자서전’이라도 적어 보면 심리적 치유가 일어나면서 더 완숙해진다. 훌륭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이기숙의 ’엔딩노트-나의 작은 자서전 만들기‘, 산지니, 2019’를 권한다.

나는 매주 많은 노인들과이 공책 같은 책을 가지고 자서전 적기 교실을 하고 있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알게 해주면서 결국엔 ‘내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게 해주니 대단히 유익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용서, 감사, 화해의 작업도 일어나, 점점 나의 인생은 완성된다. 즉 나의 업(業)이 정리되는 것이다.

셋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 자는 잠에 가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지만 그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럼 어찌 해야 되냐요?’ 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첫 번째 기도제목에 넣어 날마다 그 바램을 기원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도로 답해 드린다. 그래서 그렇지 못할 상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존엄한 죽음, 좋은 죽음, 웰다잉에 반드시 들어 있는 ‘죽음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다. 내가 의식을 잃어버리고 숨만 쉬고 누워 있게 되면 나의 의료계획은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은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권유한다.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그 작성을 도와줄 것이다.

임종기(臨終期)에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며, 비참한 종말이 아닌 존엄한 종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고통완화의료(호스피스)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련 사항들을 사전에 이해하고, 가족들과 미리 의논해 두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긴 인생을 정리하는 일들이 어디 이 세 가지 뿐이겠는가?만 지면관계로 이 정도만 언급할뿐이다.


[20191125일 제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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