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29일

인터뷰

"이주여성과 함께 배우고 성장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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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이주 여성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이기선 센터장


미투 운동과 함께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진 시기, 다문화가정의 중심인 결혼이주 여성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10년 넘게 봉사해온 부산의 한 비영리 민간단체를 찾았다.

부산시 동래구 연안로에 위치한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부산지부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이기선 센터장(53)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생각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건 다 같아요. 그걸 깨달으면서 자신을 더욱 낮추게 됐고, 이 일을 하면서 오히려 배우고 성장했죠. 이주여성들의 문화와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한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에도 지역마다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센터들이 있고 이주여성의 인권보호와 취업지원 등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그는 “예전에는 상담 내용이 주로 가정폭력, 성폭력이 많았고 언론에 공개된 것처럼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에 대한 상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에는 전화상담과 면접상담이 늘 열려 있으며, 한국어 교육, 정보화 교육, 생활문화체험행사, 문화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여성들도 모임방을 만들어서 자체활동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과 강좌를 기획할때면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이주여성들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으로 마련한다. 이 센터장은 “요즘은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발달해 연락과 교류가 수월하다"며 "좋은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있으면 신속하게 연락을 취해서 바로 프로그램 진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이주여성들이 원하는 것
이주여성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센터 희망




그는 ‘살면서 뭔가 오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를 생각하던 지난 2006년부터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봉사가 시작됐는데 어느새 센터의 교육부장을 거쳐 센터장을 맡게 된 것.

이 센터장은 그간 추진해온 많은일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있었던 사업으로 ‘찾아가는 학교 순회 다문화 이해교육’을 꼽았다.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뜻깊고 재미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하게 된 사업이다. 이주여성이 직접 자국의 전통과 문화, 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어 교육효과가 컸고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시교육청에서 꾸준히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요즘 이주여성인들에게 가장필요한 것이 ‘취업’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국어로 소통이 잘 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되고나면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를 찾는다.

이주여성들의 남편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다보니 본인들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주여성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자녀교육이 또 큰 문제가 되요. 초등저학년 아이들은 부모가 챙겨야 할것이 많은데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 다문화가정 2세 아동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특성상 늘 재정적인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그의 생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사무공간도 있고, 수업할 교실도 있고 통역 선생님도 자원봉사를 해 주시니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함께 참여를 하니 더 재미있다”면서 “아시아문화한마당 같은 축제만 하더라도 이주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알리고 싶은 자국의 음식, 노래와 공연 준비해 오고 즐기면서 한다”고 자랑했다.

또한 그는 "언제가 되든 저의 후임은 이주여성 가운데 한 분이 맡기를 바란다"면서 "봉사 마인드를 갖춘 능력있는 분이 센터를 이끌어 가면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살아오면서 불평등했던 부분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테니, 그때는 뒤에서 아낌없이 지지하겠다” 라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박정은 기자

[2018420일 제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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