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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미가 업이 되었지만 소외층 한복지원 보람”

 
권정희 사단법인 한국한복협회 제5대 회장
 

  “취미로 시작한 게 어언 24년여, 이젠 뗄래야 뗄수 없는 업이 되었네요.” 지난 연말 사단법인 한국한복협회 제5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올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협회를 끌어나가고 있는 권정희(63)회장은 협회에서 오랫동안 감사로 맹활약해온 똑부러진 창립멤버로 협회의 성장과 함께해 온 사람이다. 수영구 망미2동 도로변에서 안쪽 주택가 동네 길목에 자리잡은 목각문패의 ‘금란 혼수방’이 권정희 회장의 작업공간이자 생활터전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는 곳.

 20여년전 얼음길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쳐 무료하게 쉬고 있던 어느날신문에 게재된 복식 무료강습 프로그램을 보고 곧바로 학원에 등록해 한복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권회장은 처음 평소 취미삼아 해보고 싶었던 한복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등록했다. 꼼꼼한 권회장의 손놀림과 바느질 솜씨에 제대로 공부해볼 것을 권유하는 강사에 떠밀려 자수, 한복, 양장 등 체계적인 과정을 마스터했다.

 여고시절 가정시간 수예실습과 재봉수업이 무작정 좋았던 권회장은 수예솜씨도 일가견이 있어 선생님으로부터 곧잘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그것이 업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고로 다친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시작한 공부라 쉬엄쉬엄 과정을 밟아나가긴 했지만, 내침김에 권회장은 여성회관, 망미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전통복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 더 많은 학습의 기회를 쌓을 수 있었다.

 처음엔 자수미싱사업과 한복을 겸해 쏠쏠한 재미도 봤다. 부산 거제리에서 나고 자라 동래여중고를 나온 권회장이 처음 한복업을 한다고 할때 대부분의 동창생들은 의외의 행로에 놀랐다.

 재일 사업가인 아버지의 후원으로 학창시절 남부럽지 않게 공부해온 권회장이 사업가 남편을 만나 잘 살 줄 알았는데 한복짓는 일을 한다니 믿기지 않는 소식이기도 했던 것. 하지만 그런 지인들 덕분에 부산토박이 권회장은 초기사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1남 2녀 자녀들을 키워놓고 난 뒤 여가를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취미삼아 해보려했는데 점점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주변에서도 하나 둘 주문이 늘어나 헤어날 수 없게 되었다” 는 권회장은 아이들이 클 때까지 집에서 적은 규모로 운영하다가, 도로변으로 점포를 얻어 확장 운영하다가 지난해 다시 집과 딸린 자가 건물속으로 입주했다.

 사업의 규모를 조금씩 축소하고 일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비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복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권회장은 여력이 닿는 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권회장은 건물 1층 훤히 트인 작업장을 수의 제작 지원 봉사자들의 모임인 ‘이웃사랑나눔봉사회’ 에 실습공간으로 내어주고, 정작 자신의 작업공간은 내실의 답답한 공간으로 밀려났다.

 오갈 곳 없는 봉사자들의 작업공간으로 흔쾌히 내어준데는 자신 역시 수의봉사단 멤버로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하다. 정회원 30여명, 준회원 60여명 등 1백여명의 회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 교류하면서 전통복식 계승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그는 임기동안 현업에 도움이 되는 특강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각 분야 전문강사를 초빙, 회원들의 전문성 함양에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로 7회째 열리는 민간기능경기대회에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권회장은 해외 교류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회봉사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 올해 이미 가정의 달을 맞아 유니세프 어린이날 행사시 다문화가정에 한복을 3벌 기증한데 이어 올 가을 부산시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에도 신부복 30벌을 기증키로 해 지역별 회원들이 분담 봉사하기로 했고, 또한 올 10월 새터민 가족들을 위한 한복지원도 계획 중에 있다.

 “각자 먹고 살기 바쁘지만,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도 행복” 이라는 권회장의 미소가 등 너머로 빼곡한 형형색색의 옷감만큼이나 밝고 환하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6월 3일 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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