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19일

세기의 로맨스

벅찬 사랑의 여정과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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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 백치미’, 엉덩이를 흔들며 걷던 ‘먼로 워크’,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환풍구의 바람에 부챗살처럼 날리던 치맛자락 등의 이미지는 마릴린 먼로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여기에다 그녀에게는 장밋빛 향기 같은 로맨스의 분위기가 감돌았으며, 에로틱한 성적인 진동이 강해 온 세상의 남성들을 매혹시켰던 여배우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렇게 화사한 색깔 내면에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자리매김하면서 그녀의 삶과 사랑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바로 노마 진 베이커라는 이름의 꼬리표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 모계 쪽의 정신 병력으로 어머니가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함으로서 어린 노마 진은 여러고아원과 양부모 사이를 오가는 불우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두 극단, 찬란한 스타 여배우와 버림받은 고아, 마릴린 먼로와 노마 진의 간극은 자신을 괴롭히며 늘 두 사람이 함께 있는듯 하다고 토로했다. 그녀의 불안정한 삶이나 많은 남성 편력 등은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갈구하던 사랑이나 성공은 열악했던 과거의 생활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아원에 가지 않기 위해 했던 첫번째 결혼에 대해서는 “그 결혼이 내게 베푼 가장 중요한 혜택은 고아라는 지위를 영원히 끝내준 것이었고, 그 점에 대해서는 짐 도허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와의 결혼 생활은 뒤로한 채 모델이 되기 위해 남편이 원하는 아이도 지우면서 스무 살 때 이혼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랑의 여정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성공의 궤도에 알맞은 대상을 마다할 리 있겠는가? 한 파티 석상에서 만난 남자. 그 이름은 이미 성공한 그녀만큼 눈부시다. 메이저 리그의 전설인 조 디마지오. 그는 미국인의 영웅으로 무려 56경기에서 영속 안타를 치는 대 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고, 먼로에게는 가슴 뛰는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서로에겐 신기한 경험을 부여했고, 좌석처럼 끌리면서 농익어가던 그들의 로맨스는 결혼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욕구가 충돌하면서 뜨거웠던 사이가 냉각되고 만다. 나만의 연인이 아닌 만인의 연인, 다마지오의 아내가 아닌 먼로의 남편이라는 호칭에서 야릇한 거부감과 질투가 일어나고, 결국 폭력을 휘두르게 됨으로서 파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후일 먼로를 향한 다마지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때늦은 감동을 전하게도 한다. 먼로의 쉼표 없는 사랑의 여정에서 세계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유명한『어느 샐러리맨의 죽음』작가)가 들러온다.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졌던 그와의 대화와 그동안의 서신교환으로 허기진 먼로의 사랑은 가속화 되었을 것이다.
 
둘은 아서의 시골집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들의 로맨스에서 결혼까지 세계 언론을 용광로처럼 달구게 했다. 이 환상적이고 세기의 결합이라던 결혼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족했다. 행복한 밀월을 보내고, 아서는 자신의 작품 활동보다 아내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녀의 연기에 대한 과도한 욕심, 불안과 우울증, 발작 증세까지 겹치면서 아서는 ‘환멸, 환멸, 환멸‘을 연발하게 된다. 둘이서 그토록 원하던 임신도 두 번이나 자연 유산(상상임신이란 설도 있음)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화사한 색깔 내면엔 또 하나의 자아생존

쉼표없는 사랑의 여정엔 영부인 욕망도
 
그들이 이혼한 날은 어떤 날인가? 바로 존 F. 케네디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마지오, 아서 이후에 그녀가 뜨겁게 안기도 싶었던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그녀는 친구에게 “대통령(케네디)과 데이트를 해 볼 생각이야.” 라고 속삭였다 한다. 그 즈음 그녀는 존 F. 케네디를 만났다. 인기 있는 대통령과 인기 배우와의 만남과 로맨스…….
 
재클린이란 지적이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지만 둘의 꿈같은, 달콤한 데이트가 이어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마릴린은 영부인이 될 야무진 욕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1962년 5월 대통령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고, 축가를 부르게 되고, 뜨겁고도 감미롭게 부른 노래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 둘 사이의 염문설이 세상을 덮을 지경에 이르고, 중개자로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마저 먼로와의 염문설에 휩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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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되자 케네디 형제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고 멀리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먼로의 38번째의 생일(1962.6)을 지난 8월 5일 그녀는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녀의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사후에까지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담할 정도로 불행한 사람이다. 자살 설, 케네디 형제의 개입으로 인한 타살 설 등 의혹만 증폭될뿐 영원한 미완으로 종결처리된 것인가?
 
그녀가 열연했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처럼 우리 곁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뜨거운 것이 좋아>(골든 글로브 상 수상), 등의 명화만을 남겨둔 채 레테의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2015325일 제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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