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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로맨스

세기적 결합이던 비비안 리와 로렌스 올리비에

 
 
조동숙의 세기의로맨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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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로 팬들을 열광시켰던 비비안 리가 죽는 순간까지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피웠던 유일한 대상은 로렌스 올리비에였다.
 
빛나는 미모로 연극과 영화를 사랑했던 그녀는 과도한 열정과 집착이 양날의 칼이 되어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시키기도 했지만 사랑과 결혼의 실패라는 멍에를 짊어지게도 했다.
 
그녀의 남자, 그녀가 홀딱 빠진 남자 로렌스 올리비에는 연극 무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배우였다. 영원한 청년과도 같은 이미지에다 잘 생긴 용모, 매력적인 육체, 무대 위에서 발산하는 연기력과 에너지로 관객들을 숨 막히게 했는데 비비안 리가 그 매력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를 강렬히 느끼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인생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결혼을 해서 딸까지 두었고, 로렌스도 임신한 아내를 둔 상태였지만 이 모든 현실적 제약이 그녀에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불길같고 드라마틱한 성격에다 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뭔가를 원하고 있던 비비안 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에게 대담하게 다가갔고 독특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그는 그 때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비비안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의 소유자이자,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당황스러울 정도의 매력을 가진 여배우이다.”라고 시인했다.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인에게 빠져드는 그의 양심은 가시가 되어 그를 무시로 찔러댔겠지만 그녀가 방사하는 매혹의 불길에 자신을 태울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두 사람의 사랑은 결혼으로 연결되어 세기적 결합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런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그 세기의 로맨스도 시나브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로렌스에 대한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소나기같이 퍼붓는 사랑은 곳곳에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평온하고 정돈된 삶과 사랑을 원했던 로렌스에겐 그런 사랑은 부담이 되고 힘에 부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과도한 집착과 광기, 분출하는 소유욕, 시도 때도 없는 질투 등으로 정신과 육체가 병들어갔던 그녀는 상대에겐 무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 주기에 족했다. 영화 속의 캐릭터와 현실의 인물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의 지나친 행태를 치유하기 위한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치도 차도가 없는 그 병적사랑에 점점 지쳐갔던 로렌스는 잔잔한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혼 후 그가 이미 그녀의 곁을 떠난 후에도 만년의 비비안리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없는 긴 생을 사느니 그와 함께 하는 짧은 생을 택하겠어요. 그가 없으면 사랑도 없으니까요.” 라고.
 
그녀 자신이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는 떠나갔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팬들을 사로잡았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은 영원히 그 곁을 지켜 줄 것이다. 위의 두 영화로 그녀는 각각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편 로렌스 올리비에는 셰익스피어 극의 명배우로 유명세를 굳혔고, 영화로는 <폭풍의 언덕>, <레베카>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비비안과 로렌스는 <영국의 불길>이라는 영화를 함께 찍기도 했다.
 
사랑도 병이 되어 과도한 집착과 뜨거운 격정, 숨 막히는 몰입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나 상대도 지치고 피폐해져서 깊은 상처가 똬리를 틀게 될 것이다. 무리한 욕망에 자신을 가두어 버린 나머지 치명적인 병마를 초래하여 폐결핵으로 54세를 일기로 사망했던 그녀. 그 마지막 순간에도 로렌스 올리비에의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고 한다.
“불쌍한 불쌍한 비비안.”이라고 되뇌이던 로렌스 올리비에의 마음 속 오열을 듣기라도 하는것처럼…… 그리고 시신으로 누운 비비안 리와 그녀의 방에서 둘 만이 남았을 때를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그녀와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불행에 대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라고. 그녀의 격렬한 사랑을 지켜주지 못했던 그의 회한에 사무친 고백으로 보인다. 그들 세기의 로맨스는 서로의 차이를 넘지 못하고 결국 이혼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남기고 말았지만죽는 순간까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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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일 제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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