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세기의 로맨스

육체의 뜨거운 관능에서 영혼의 경건한 복음으로

조동숙원장의 세기의로맨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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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고 은밀한 남녀 사랑의 속성이 어찌하여 중세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흔든 사건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장본인이었던 엘로이즈와 아벨라르는 어떤 인물이었기에그 당시는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식지 않는 관심을 자아내고 있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먼저 그들의 신분이 수녀와 수도사라는 이유로 그들의 사랑은 금단의 사랑에 해당되고 있다.그리고 중세의 사회적 분위기는 고려해 볼 때 이 사랑이 부여하는 비극성을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우리가 다크 에이지(Dark Ages)로 부르는 중세는 신의 계시가 절대적이었고, 인간의 이성과 감정은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었던 시대였다.
 
종교가 인간의 삶을 억압했던 관계로 개인의 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진실할지라도 금기에 속할 수도 있었다. 바로 그들의 사랑이 던진 사회적인 파문 못지않게 그들 자신의 삶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의 극점에까지 이르렀던 엘로이즈(1100~1163)와 아벨라르(1079~1942)의 사랑을 통해 우리는 많은 질문거리를 마련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사랑이 휩쓸고 간 자리, 그 스산하고 애달픈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었으며, 어떻게 새로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 해답에 대한 과정으로 그들의 사랑을 추적해 볼 것이다. 그런데 엘로이즈는 아벨라르를 어떻게 만났을까? 엘로이즈가 그를 만났을때의 나이는 17세였고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그녀는 파리교회 참사회의 퓔베르의 질녀로 어린 시절 아르장퇴유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그 당시로서는 여자가 교육을 받는다는것은 썩 드믄 일이었다.
 
아름다움에다 뛰어난 지성과 탁월한 재능으로 주변의 평판이 자자했던 그녀. 이런 소문은 당대 최고의 철학자이며 신학자, 논리학자로 널리 명성을 떨쳤던 아벨라르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그의 가슴을 심히 요동치게 한다. 그는 존경스런 학자에다 매력적인 남자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유명 인사였다. 그 명성에 걸맞게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학교의 교사가 된 아벨라르는 재색 겸비한 그녀에게 다가가기위해 궁리하고 모색한 나머지 질녀의 교육에 남다른 열의가 있는 퓔베르를 설득하여 개인교사가 된다.
 
즉 그의 호기어린 사랑의 계획이 진척된 것이다. 이미 그들은 소문으로나 몇 번의 마주침에서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다 학습을 매개로 단독으로 만났을 때 서로가 발산하는 매력에 숨이 막할 정도였다.
 
소위 처음 느껴 본 연애감정이 질풍노도처럼 휘몰아쳤다. 아벨라르가 후일 친구에게 쓴 편지글에서 둘 사이의 사랑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있다. “책은 펼쳐져 있었지만 철학 공부보다는 사랑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줄기차게 오갔으며, 학문에 관한 말보다는 입맞춤이 더 많았네. 우리는 이 기쁨을 끝까지 맛보았고 열렬히 탐닉하면서 물리지 않고 즐겼으며, 전혀 싫증을 내지 않았다네.”라고.
 
10세기를 앞서 살아간 정열의 수녀 …

당애최고 철학자 수도사와 금단의 사랑


질녀의 재능을 인정했고, 개인교사의 인품을 철저하게 믿었는데 그들이 사랑에 빠지고, 질녀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퓔베르는 의외의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안절부절 못했다. 믿은 도끼에 크게 발등이 찍힌 형국 아닌가? 이후 아벨라르는 엘로이즈를 몰래 빼돌리는데 자신의 누이 집에서 아들을 출산하게 된다.
 
그는 결혼을 원했으나 성직자가될 그의 장래에 누를 끼치게 될까 우려하여 그녀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하지만 아벨라르는 그들의 배신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퓔베르에게 애소하여 비밀리에 결혼하는 문제를 겨우 허락받는다.
 
수도사는 결혼이 금지되었던 것이 당시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퓔베르 쪽에서는 결혼 사실을퍼뜨리게 되면서 피차간에는 지울 수 없는 불신과 오해가 쌓여간다. 급기야 아벨라르는 엘로이즈를 아르장퇴유 수녀원으로 피신시키게 되는데 그는 질녀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복수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아벨라르의 하인을 매수하고 사람을 사주하여 밤중에 고이 잠든 그를 끌고 가 그의 남성을 거세해 버린다. 유혈 낭자한 오욕의 그 밤, 꼬리에서 꼬리를 무는 무성한 소문들과 그의 수치심, 그리고 무너진 자존감 등으로 인생 일대의 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권유에 따라 수녀가 되고, 그는 수도사가 된다. 인간적인 감정과 종교적 사명 사이에서 겪은 치열한 갈등이 지난 후, 후일 수녀원장과 수도원장의 자리에 오를정도로 신앙생활에 정진하고 명망이 높아진다. 그런데 엘로이즈가 아벨라르를 향한 사랑의 정념은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사랑의 편지와 교도의 편지로 나뉜다)를 통해 진솔하고 과감하게 드러나면서 세기를 넘고 넘어 천년을 이어져오는 사랑의 생명력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당신 이외에는 아무 것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께서도 아신다.”는 그녀의 뜨거운 사랑 고백에 대해 그는 수많은 위기를 넘긴 수도자로서의 자세를 차가운 열정으로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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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편지로 요청한 수녀원장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 등에 대해소상한 내용의 답변을 보낸다. 그로인해 고양된 정신은 기도로 인한 구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00년 뉴욕 타임즈는 엘로이즈를 12세기에 21세기를 살다간 여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164년 5월 16일에 사망한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묘를 지키며 22년을 더 살았다.
 
그녀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무덤 속에 합장되고 다시 이장을 거듭하면서 1817년 11월 6일 페르 라 쉐르묘지로 옮겨진 그 때부터 비로소 이들은 이별 없이 함께 있게 된다. 이들의 무덤은 이후 수많은 연인들의 순례지가 되고, 둘의 묘비에서 사랑을 빌면 잃어버린 사랑도 되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2015924일 제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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