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29일

레저/여행

바누아투 대가족의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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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 일본 전쟁박물관 앞에서 금색이 번쩍거리는 옷을 입은 여인과 아이 중년남녀가 있었다. 둘은 솔로몬제도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온 바누아투 사람이었고 둘은 솔로몬 아일랜드에 사는 부부였다. 바누아투 아낙에게 바누아투에 곧 간다고 말하자, 그 아낙이 자신의 남편의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주며 소개해주었다.

바누아투에 도착하면 남편이 기다리고있을 거라며 우리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솔로몬제도에서 바누아투로 출발할 때 비행기는 1시간이 연착되었다. 당연히 도착도 1시간이 연착되었고 바누아투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남편을 만날 수 없었다. 바누아투에서 환전을 하고 심카드를 구매하고 나서 전화를 하자 10분 안에 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2분뒤에 15분안에 온다고 연락이 왔다.

파푸아뉴기니와 다르게 시간과 약속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바누아투 포트빌라의 공항 주변을 사진찍고 있었다. 공항 주변에는 넓게 펼쳐진 녹색 초원이 가득했고 공항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작았다. 공항에 있는 국기 게양대위에 바누아투 국기를 관찰하다가 사진을 찍었다. 국기를 보며 짧은 비행으로 실감하지 못했던 국가를 넘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고개를 내리자 노란색 봉고차가 공항 입구를 지나오고 있었다. 이내 앞에 멈춰선 노란색 깔끔한 외관의 봉고차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나를 알아봤는지 급히 문이 열렸다. 나와 비슷한 키에 몸무게는 두배가 나갈 것 같은 건장한 체격의 건강하게 그을린 남자가 서둘러 내리며 온 얼굴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마저 환하게 만들어주는 미소에 기분이좋아져 함께 웃었다. “Welcome to vanuatu!”“땡큐 땡큐! 아임 레미! 도레미파솔라시도~ 도레미! 이름이 뭐에요?” “저는 제넥입니다. 여기 운전하는 친구는 존이라는 친구입니다. 바누아투에는 각자 언어가 다른 4개의 섬이 있는데, 이 친구도 그 중 하나에서 온 친구여서 영어를 할줄 몰라요. 반갑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제넥은 나를 숙소에 데려다 주려는 것 같았다.


친언니의죽음으로매주2번씩묘지를찾는동생.jpg 전통음료카바(일종의술)을권하는바누아투사람.jpg

하지만 나는 이 인연을 기회로 스치는 인연이 아니라 스며드는 인연이 되고 싶었다. 그가 궁금했다. 바누아투 현지인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제넥의 집에 머물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함께 섬을 둘러볼 수 있는지를 제안했다.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네? 오늘은 숙소까지만 모셔다 드릴려고 했는데, 원하시면 물론 그렇게 할수 있지요 그런데 저희집은 좀.... 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해 기사 존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자 존이 발끈하며 무엇인가를 대답했다.

제넥이 다시 뭐라고 이야기하자, 조용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차바퀴와 엔진소리를 들으니 10년은 족히 넘은 차 같았다. 의자들은 군데군데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 있었다. 외관을 보면 전혀 상상이 안되는 내부의 모습이다. 밖에서 본 차는 분명 굉장히 깔끔하고 새것 같았었는데... 겉보기에 괜찮아보이는 차들이 도로가 수풀지대 군데 군데에 방치되어있었고 사람은 없었다.

섬나라에 와서 느끼는건데, 대부분의 차가 외관은 깨끗하다. 안에는 상상이상으로 고물이다. 갑자기 차가 멈추면 수리비가 감당이 안되어 도로 곳곳에 방치하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섬을 같이 돌자고 하면서도 집에서 머무는 건 어렵겠다고 하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저는 항상 현지인들과 숨쉬고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잡니다. 방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세로 1미터 80센치 가로 1미터의 몸을 누일 공간만 주시면 짐가방 베고자면 됩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집 크기에 비해 가족들이 많아서 정말 불편하실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곤란해 하면서도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입니다!” 힘찬 나의 대답을 끝으로, 그렇게 우리는 한배를 타고 움직이는 쾌속선처럼 움직였다. 그때, 제넥에 말에 아연해진 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노모도 집에 함께 계신데 정신질환과 피부질환도 있으세요”“아 그래요?” 정신질환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피부질환은 자칫 잘못하면 귀국해서 국내에 큰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단순하게 머물기를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 피부질환쪽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에 옮기라도 하면 귀국해서도 한동안은 격리가 되어야 할 터였다.

일정대로라면 귀국하는 날에 맞추어 전국 고등학교 교장협의회와 한국수력원자력센터 인재개발원에 강의가 예정되어있어 격리조치라도 된다면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와 약속을 깨버리게 될 수 있어서 여행가의 죽음을 불사한 도전정신은 그럼에도 ‘예!’라면 강연자로서의 약속과 신뢰를 생각하면 ‘아니오’였기 때문이었다.

차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고민은 어떻게 나아갈 생각을 못했다. 이미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던 터라, 급하게 운전자를 재촉해 어딘가로 가자고 말하는 제넥. 그는 시내보다는 외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넥은 고민이 길어지는 나를 살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늘은 일단 현지인들만 머무는 저렴한 홈스테이형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고 내일 제가 어머니의 질환이 외부인에게 괜찮은지 의사선생님과 상의해 보고 괜찮다고 하시면 저희 집으로 모시도록 하면 어떨까요?” 현지인들만 머무는 게스트하우스가있다는데 외국인들은 몰라서도 못오고 불편해서도 못오는 곳이란다.


크리스마스기쁜날부모님과함께보내기위해온가족들.jpg 공항에나와준제넥.jpg

몰라서 못오는건 이해할 수 있는데 불편해서는 무슨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그대로 1분도 안되어 도착했다. 마당이 넓은 가정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노란색 페인트에 갈색 지붕이 올려져 있었다. 생각보다 깔끔했다. “같은 가격에 최대한 좋은 방으로 달라고 해보겠습니다.” 철창 현관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한 말에 제넥이 말했다. 이윽고 주인이 나왔고 날씬한 체형에 약간 굽은 등을 가진 아주머니가 통이 넓은 바지에 늘어난 티를 입고 한국인을 처음 본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방은 침대 두 개 선반하나가 단출하게 있는 방이었다. 천장은 한쪽은 낮고 한쪽은 높았다. 혹시 내려앉은건 아닌지 자세히 보니 원래 그렇게 지은 집이었다. 화장실은 세 칸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의 인기척을 느끼고 한 떼의 바퀴벌레가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숨기시작했다. 한 칸에 왼쪽엔 변기 오른쪽에는 스테인레스로 된 샤워호스가 있었다.

화장실은 변기 커버도 없고 바닥주변에 시멘트도 직접 발랐는지 투박하게 발려있었고 청소는 언제 했는지 모를 만큼 묵은 때와 곰팡이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샤워기에는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았다. 흰색 네모난 타일이 규칙적으로 배열 되어있는 인테리어인데, 여기저기 벗겨져있는 모습이 이 집의 나이를 알게 해주었다.

“1박에 팔천원만 주세요” 금액은 정말 저렴한 도미토리가격이었다. 섬나라는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기에 물가가 높다. 아무리 저렴한 도미토리라도 1박에 2만원은 주어야하는 나라였지만 현지인들만 머무는 곳이라서 그런지 금액이 적당했다. 그래도 한번 더 깎아보고 싶었다.

“혹시 여기 인터넷은 되나요? 그리고 아침밥은 주시나요?” “인터넷도 안되고 아침밥은 마트에서 사오셔서 요리해 드시는건 주방을 사용하면 되는데 따로 드리는 건 없어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는 정말 하루종일 다니고 밤늦게 와서 잠만자고 새벽에 나가는데 5천원은 안될까요?” “음.. 5천원만 주세요” 주인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1박을 5천원에 해결하고 나왔다. 3천원은 번셈이니 이 돈으로는 마트에서 아침에 먹을 과일과 계란 빵하나만 사면 해결이다. 들뜬 표정으로 숙소를 정하고 나와서 다시 차에 올랐다. “레미선생님 괜찮으신가요?” “정말 마음에 드네요 고마워요 제넥, 그래도 내일 댁에서 머물 수 있는지는 한번 확인해주세요” “물론이죠. 자 출발하겠습니다” 숙소를 정하고 바누아투 국립묘지를 지날 때였다. 사람들이 무덤가에 많이 모여 있었다. 무덤 각각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꽃장식이 가득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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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0일 제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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