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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자년 웰·에이징(Well aging)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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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 하지만 요즈음은 당장 우리 나라만 해도 100세 이상장수하는 노인들이 5천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건강한 마무리로 축복을 받으면서 생을 마감하는 바람은 누구나가 희망하는 삶으로, 이런 삶을 살다가 가신 한분이 있으니, 바로 지난해 말 94세로 일생을 마친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이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다가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고 가는 것을 보면서 “동물이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옛 말이 떠올랐다. 고 구회장은 생전 70세 무렵이 되면서 욕심없이 아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천안의 한 시골로 내려가 웰·에이징의 모범된 삶을 보여 주었다.

고(故) 구회장은 시골에서 버섯종균에 관심을 갖고 발효된장을 개발하는 아주 순수한 자연의 맛 살리기와 그의 평소 인생지론인 “사람이 곧 사업이다”라는 인생철학이 실천되는 연암인재양성 학교를 세워 사람을 키우는데 주력하여 지금은 명문지방대학으로 성장하는 뿌리가 되었다.

또 회장으로 취임하던 당시 락희화학의 경영규모가 260억이던 회사를 인수받아 25년간 럭키치약, 럭키크림(동동구리무), 플라스틱 가공, 라디오, TV로 이어지는 전자사업으로 기업 변신을 통해 30조규모의 5대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 혁신에 매진해온 결과다. 오늘날은 손자가 그 사업을 이어받아 아무런 잡음없이 이끌고 있다. 그는 영원한 자연인으로 한평생을 살다가셨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연암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숲들을 보며 참된 그의 인생 삶을 후대가 높게 평가하리라 본다.

그의 자서전 “오직 이 길 밖에 없다”에 보면 “완성된 작은 그릇보다 가꾸어 크게 키울 수 있는 미완의 대기(大器)에 더 큰 기대를 건다.”고 한말이 있다. 혁신과 비전을 기업성장 미션으로 젊고 도전적인 인재로 세대교체를 주창하고 창업 원로들과 동반 퇴장하는 모범을 보이신 것도 책속에 새긴 말처럼 일관된 그의 가치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나이를 먹은 사람이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국회의원 3수(修) 이상의 의원들도 후배들을 위해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목숨을 걸고 자리를 보전하려 추태를 보이고 있다. 왜 그렇게 모두 권력과 명예와 돈에 그렇게 욕심이 많은가. 가진자 일수록 더욱 부동산 투기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세금을 안내려 추태를 부리는가하면 부자(富者)들의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른 사고가 아니다.

60세가 넘으면 우리 인생길은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무슨 한(恨)이 있어 더 가지려는 욕심에 죄를 짓고 신문에 이름을 올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살것인가. 이제 모두들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바라보고 남은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지 인생의 뒤안길에서 더 성숙한 마무리를 위해 웰·에이징(well aging)의 삶을 살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남은 인생을 즐기며, 누구든 예외도 없고 경험 없이 가야 하는 인생 여정임을 깨닫고 경자년 새해에도 감사하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갔으면 한다.


[2020124일 제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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