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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시론

계속되는 한일 갈등 양국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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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여성 경영인이 일본 출장 중 후쿠오카의 한 소학교를 찾았다. 모두가 수업중이라 교장실로 갔다. 소학교용 일본어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나라가 일본과 갈등만 일으킬 뿐 정작 알고 싶은 일본을 가르쳐 주지 않기에 손자에게는 어릴 때부터 영어처럼 일본어도 공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는 남은 교과서가 없다며 친절하게 서점을 가르쳐 주어 무거웠지만 사들고 왔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해협 하나 사이로 이웃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나간 역사를 보면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버거운 이웃’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왜구로부터 임진왜란 일제식민에 이르기 까지 우리민족사에 가해진 고통은 참혹했다. 거기다 민족끼리의 전쟁도 겪었다. 그래도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살아났고 세계로 향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경제, 안보, 외교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힘을 갖추지 못한 한국이 일본을 능가할 피나는 노력보다 과거사를 들춰내 감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국익보다 피해가 더 크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모자라는 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디서 무얼 배워야 하는지 깊은 연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힘없는 나라의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십상이다.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과 스시와 차(茶)로 대변되는 일본 전통문화가 오랜 세월 세계 곳곳에 뿌려 놓은 아성에 도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웃 일본은 실제로 무서운 나라다. 일본이 미국에 저자세로 일관 하는 것도 언젠가는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국가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을 일으킨 패전 국가가 속으로 칼을 갈고 있는 한 맺힌 집념으로 보인다. 우리가 강대국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 장기 전략을 세워 갈고 닦고 고치면서 가고 또 가도 모자랄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라의 미래를 제시하는 청사진이 없다. 평화를 내세우지만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을 멀리 하면서 중국과 북한과 한 통속이 될 작정인지 가늠 되지않아 국민은 불안하다.

급격한 한일 갈등 가운데서 문 대통령은 이 순신 장군을 자주 내세운다. 전라도에 가서는 임진왜란에 승리 한 것은 이순신 장군과 평범한 전라도 백성들의 힘이었다고 도민들을 띄운다. 동학 농민 혁명에 연결하여 ‘죽창가’를 들먹이지만 무슨 소용에 닿을 것인지...

선조의 무능으로 임진왜란을 겪었고 고종의 어리석음으로 총칼 한번 쓰지 못한 채 도장 몇 번 찍어 조선은 단숨에 망했다. 임란 후 선조는 제편이 아닌 쪽은 철저히 관직을 뺐고 유배 시켰다. 이순신은 왕명을 받들지 않았다는 모략으로 삭탈관직 하고 매를 때려 백의종군 시켰다. 조선을 살아남게 한 임란의 전시 수상격인 류 성룡도 제편이 아니라고 파직 시켰다.

조선조의 ‘적폐청산’이었다. 나라가 망해도 일본 귀족 작위와 생활 대책을 약속 받은 고종의 처신은 수치의 극치였다. 지도자의 판단력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몰고 온 한일 갈등의 부작용은 끝이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들은 벼랑에 서있다. 다음달 폐지 예고한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 보호(GSOMIA)는 또 어떤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인지 앞이 안 보인다. 이낙연 총리와 아베 수상 회담에서 아베 수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는 눈길 한번안 주면서 “한국이 국제 조약을 어겼다”는 말을 연거푸했다.

한국은 지금 거의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다. 능멸을 당하면서도 아무말도 못한 채 북을 계속 상전받들듯 할 것인가. 한국과 일본은 EU(유럽연합)처럼 서로 도우면서 ‘이웃 사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갈등이 계속되면 양국 모두가 손해다.


[20191025일 제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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