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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행

요절복통 ‘개그’ 주문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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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학로에나 어울릴 것 같은 ‘코미디전용 극장’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들어섰단다. 게다가 시골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소극장의 유명세 덕에 외진마을은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니 참으로 별일이지 않은가.
 
소문의 근원지는 경상북도 ‘청도군’.소싸움, 복숭아, 반시로 유명한, 부산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에 위치한 ‘청도’에서 생긴 일이란다. 4월, 이맘때쯤의 청도라면 가는 곳곳마다 복사꽃이 지천일터. 소문의 곡절을 쫓을 겸 짧은 봄을 만끽하기 위한 청도로 여행을 떠나본다.<편집자 주>
 
 
 
흥미 돋우는 외관의 코미디전용극장 ‘코미디 철가방’
 
청도군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한 코미디전용 소극장은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에 위치한다. 주소에서 짐작하듯 목적지는 시골이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소극장의 정체가 궁금해져 떠난 여행이지만, 고속도로에서 내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수록 의구심이 요동을 친다.
 
농사철을 맞아 여기저기 흙을 헤집어 놓은 논밭과 드문드문 들어선 집들 외엔 특별할 게 없는 시골 풍경이다. ‘특별히 볼 것 없는 이런 곳에 도대체 누가 온단 말인가. 건물하나 지어놓고 썰렁한 공연이나 하겠지. 그래도 복숭아꽃은 실컷 보고 가는구나’ 이런저런 회의를 품고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경치 좋은 성곡댐이 걱정스런 마음을 누그러지게 한다.별 볼일 없는 공연이더라도 이런 멋진 풍경이라면 충분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성곡댐을 둘러싼 국도를 지나 부산을 출발한지 1시간 남짓,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기묘한 건물하나가 ‘나 찾아 왔수?’라고 인사를 건네듯 방문객을 맞는다. 옳거니, 네가 바로 그 소극장이로구나. 가만, 겉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5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건물이 반쯤 열린 철가방모습을 하고 있다. 자장면과 단무지, 양념통에 소주까지 누가봐도 철가방이다. 더구나 자장면, 탕수육은 급히 온 듯 흘러넘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우스꽝스럽고도 기발한 소극장 외관이다. 과연 코미디전용 극장다운 모습이다. 이 기상천외한 건물의 모습은 괴짜 개그맨 전유성의 아이디어란다.
 
괴짜 개그맨 전유성의 무모한 도전...성공을 거두다

코미디 전용 극장 ‘코미디철가방’은 개그맨 전유성이 언젠가 시골에 코미디 공연장을 세우겠다는 오랜 소망의 실현이다. 청도라는 여행지는 그를 매료시켰고 새로운 터전이 되어 눌러앉게 했다고. 청도에 정착하며 전원생활을 즐기던 그는 지난 2011년 5월 청도군의 지원을 받아 ‘철가방극장’을 열게 된 것. ‘개그도 배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아 건물을 짓고 이름을 지었단다.
 
엉뚱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전유성의 아이디어가 보태진 건물이니 우스꽝스럽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 과연 소극장은 배달의 대명사인 철가방의 모습으로 이곳 시골구석까지 용하게도 코미디를 배달해 온 것이다. 필요하다면 직접 찾아가는 공연으로 코미디를 배달하기도 한다지만 이제는 전국의 관객이 이곳 코미디전용극장을 찾는단다.
 
왜 ‘청도군’에 극장을 세웠는지는 그렇다치고, 왜 하필 시골일까? 서울 중심가에서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극장을 시골에서 도전하는 무모함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TV로만 접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요. ‘재미’가 있으면 반드시 사람이 찾아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디’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지만, 코미디극장을 만든다면 도시보다는 ‘시골’에 만들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습니다”
과연 역발상의 귀재다운 말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개그맨 전유성은 여행을 하며 체득한 게 있단다. “재미있으면 또 간다”가 바로 그것.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개관한지 3년여 년 동안 코미디철가방극장 공연 예약은 주말마다 매진이다. 평일에도 물론 공연은 계속된다. 평일에도 외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있다는 뜻이다.
 
공연기획을 담당하는 김준오 실장은 “극장 개관 후 지금까지 다녀간 관객 수만 해도 청도군 인구수를 넘는다”라고 말한다. 청도군의 인구는 5만명 남짓. 이제는 코미디가 명실공히 이 지역 특산품이 된 셈이다.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철가방속에 들어갔다. 세상에서 제일 큰 철가방 속 객석은 고작 40석. 소극장이라는 말에 예상은 했지만 건축비 12억 원을 들인 공연장 치고는 객석규모가 의외로 크지 않다. 이 또한 ‘작게 만들어 크게 채우자’는, 그래서 관객이 객석의 절반인 20명이라도 ‘공연할 맛’이나도록 하자는 전유성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미처 예매를 못한 현장구매 관객은 통로에 임시로 마련한 간이의자에 앉아야 한다. 그마저도 자리가 차고 나면 공연관람을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취재차 극장을 찾은 날도 부산 영도구의 어느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단체관람, 전국 곳곳에서 온 관객들로 객석은 이미 예비석을 포함해도 만석. 웃음 찾아 몰려든 관객들의 다양한 연령층에 또 한번 놀란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20~30대 커플, 머리가 희끗희끗한 5~60대 이상까지. 웃음 앞에서 나이구분은 무의미해 보인다.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4D 극장
 
이제 철가방속 배달 메뉴를 감상해볼 시간이다. 공연 바람잡이의 걸출한 입담에 관객들은 까르르 웃음보가 터진다. 잠시 후 흥을 돋우는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공연이 시작되고 다양한 장르의 개그공연이 펼쳐진다. 바로 코앞에서 배우들이 ‘웃기고 자빠지는’ 모습에 관객들은 어느새 마음의 문을 열고 배꼽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배우들은 ‘코미디시장’의 제3기 단원들. 전유성은 지난 2001년 개그맨양성 업체인 코미디시장을 설립하고 1기를 모집, 교육시켜 20명의 개그맨을 배출해냈다. 방송에서 활동 중인 신봉선 박휘순 안상태 황현희 김민경 등도 코미디시장 1기 출신이다.
코미디철가방극장 개관을 1년 앞둔 2010년 또다시 2기를 모집, 지원자 중 25명이 수료를 마치고 공연무대에 올랐다. 개그에 목마른 2~30대의 피 끓는 젊은 청춘들이 외딴 시골에 틀어박혀 ‘개그’만을 고민하며 오른 무대이니 어찌 열정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추어 희극배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열정과 끼로 뭉친 그들의 공연은 생동감 넘치는 웃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5기 단원을 모집 중인 코미디시장. 몇 기수에서 미래의 방송을 주름잡는 인기 개그맨이 탄생될지 그 싹을 미리 만나보는 기회도 쏠쏠한 재미다.
 
코미디철가방극장은 이름 없는 배우들의 기대이상의 개그공연만 놀라운 게 아니다.재기발랄한 전유성만의 아이디어는 공연장 내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공연장에선 실제로 무대에서 비가 내리고 바닥에선 분수가 솟아오른다. 무대 한쪽에선 물대포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심지어 극 상황에 따라 객석의자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물세례를 맞고도 관객들은 요절복통이다. 코미디철가방극장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무대뒤편이 마치 벽을 걷어낸 듯 열린다는 것이다.
 
낮에는 성곡댐의 수려한 풍경과 오래된 당산나무를, 밤에는 밤하늘의 별과 달을 무대로 끌어들였다. 자연의 품에서 또다시 자연을 담은 극장이 탄생한 셈이니 식상함을 거부하는 전유성의 기발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4D를 지향하는 시스템,내부 마감재, 조명, 음향, 특수 장치까지 완벽하다. 객석이 적은 소극장이라고 시설을 얕봐선 안 될 일이다.
 
극장의자마다 사람의 이름이, 기업과 단체의 이름이 적힌 글씨가 눈에 띈다. 객석하나당 100만원씩 후원한 후원자들 이름이다. 하지만 이젠 보내지 않는 사람도 많단다. 공연기획 담당 김준오 실장은 “입장료수입만으로 단원들의 숙식과 강사료, 매월 지급되는 월급을 충당하며 극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지자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확대가 아쉬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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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30분 남짓한 공연이 끝나면 코미디철가방 극장 또한 배우들과의 기념촬영타임을 갖는다. 기념촬영은 단순한 추억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언젠가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을 TV에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소중한 자랑거리로 남을 인증샷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이와 웃음은 반비례하기 마련이라고, 삭막한 인생살이에 웃을 일이 무어냐고 생각했다면 오늘 당신은 ‘코미디철가방극장’으로 떠나야 한다. 그곳엔 웃음 전파의 사명을 안고 당신을 목젖이 보이도록 웃게 할 젊은 웃음꾼들이 있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적어도 며칠간은 유쾌함 돋는 날들을 덤으로 얹어줄 즐거운 기운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웃음 바이러스가 필요한 당신이라면 코미디철가방 극장으로 떠나는 웃음여행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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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마다 특색 있는 먹거리가 있게 마련이지만 식당이름 하나로 또다시 웃음 짓게 만드는 곳을 추천해본다. 청도군 이서군 양원면의 ‘니가 쏘다쩨’는 ‘피자’와 ‘짬뽕’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별난 조합으로 호기심 많은 식객들을 불러들인 곳.
 
예상과는 달리 메뉴는 환상 궁합이다. 고소하지만 다소 느끼한 뒤끝이 남는 피자와 파스타, 녹차면발과 매콤한 국물의 깔끔한 뒷마무리가 일품인 짬뽕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디저트가 따로 생각나지 않는메뉴 궁합이다. 식당은 개그맨 전유성이 2007년 청도에 내려와 작은 교회 건물을 고쳐 꾸민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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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는 소싸움축제가 유명하다. 소싸움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은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되는 소싸움테마파크를 이용해보는것도 좋다. 또 경기장에서 비교적 가까운곳에 있는 프로방스 포토랜드와 와인터널도 가볼만한 곳이다. 빛 축제로 밤이면 더욱 아름다운 프로방스 포토랜드는 가족과연인들의 함께 즐기기 좋은 데이트코스다.
 
와인터널은 사용이 중지된 철도터널이 와인숙성 및 저장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된곳. 터널 초입 카페에서는 청도의 특산물인 ‘감’을 이용한 감와인을 맛볼 수 있다. 터널은 100∼200m 단위로 역사기행박물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와인 맛 감별공간 등으로 나누어져있다.
 
 
유시윤 기자
[2014년 4월 25일 제5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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