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19일

레저/여행

낭만 가을여행 미리 떠나볼까

 
여행-기차로 떠나는 경상남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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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위치한 수목원은 1989년 반성수목원으로 개원하여 2000년 2월 경상남도수목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기승을 부리던 폭염도 한풀 꺾이고 피서객으로 붐비던 바다와 계곡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때늦은 휴가를 썰렁한 피서지에서 보내기에는 외로운 느낌마저 든다. 붐비는 곳을 피해 미뤄왔던 여름휴가, 혹시 어디로 떠날지 고민 중인가. 분주한 피서지에서 피곤하게 보낸 휴가에 지쳐 차분한 휴식처가 그리운가. 그렇다면 기차여행을 한번 떠나보라. 그 기차여행의 종착지를 싱그러운 수목원으로 정해보는 건 또 어떨까.

두 시간 가량의 적당한 여행시간,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여행지로 진주시 경남수목원을 추천해 본다. 1989년 반성수목원으로 개원한 58만㎡(약 17만6천 평) 규모의 수목원은 그 넓이만큼 많은 것을 품은 매력적인 곳이다. 담양의 유명세가 무색할 만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고 아담한 야생동물원이 있는 그곳으로 조금 이른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편집자주>
 
 
수목원이 위치한 진주로 기차여행을 떠나려면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경전선을 이용하면 된다.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한 철도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하루 5차례 4량으로 운행하는 순천행 무궁화열차는 생각보다 이용객수가 많다. 주말이어서인지 빈자리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입석으로 끊었다며 투덜대는 이들의 말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그 옛날 무궁화열차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기차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놀랄 것이다. 생각보다 기차는 깨끗하고 안락하다. 4량밖에 되지 않지만 미니 카페와 가족·동반석 칸도 별도로 마련돼있다.
 
마주보며 여행할 수 있도록 돌려놓은 의자도 무궁화기차에서만 볼수 있는 매력이다. 가끔은 좌우로 흔들리기도 하고 덜컹거리며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 예상했던 이 기차, 생각보다 조용하고 빠르다.
 
넓은 창밖으로 이어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는데 지장 없을속도지만 느린 여행을 각오했던 터라, 기차의 체감속도는 예상 밖이다. 구불구불한 S자 곡선 구간이 많아 느림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경전선은 지난해 경전선 복선화 후 추억이 되고 말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초록 풍경 속에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마을들을 지나 출발역으로부터 15개의 역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것들의 변화가 새삼 놀라움을 자아낸다. 나름 운치를 기대했던 낡은 역사(驛舍)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경전선 복선화에 따라 많은 역들이 이전되거나 사라지면서 대부분의 역사(驛舍)가 새롭게 건축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됐다. 오래된 것에 대한 운치 못지않게새로운 것에 대한 산뜻함도 새삼 신선하다.
 
사라져버린 소박한 간이역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기차와 역사(驛舍).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기차를 이용하는 정겨운 이웃이다. 통학하는 학생들,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 오일장을 다녀오는 마을사람들의 구수한 대화와 정겨운 모습들이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경상남도수목원을 가려면 진주역보다는 반성역이 더 가깝다. 반성역 역시 현대건축의 미학이 돋보이는 산뜻한 새 건물이다. 열차시간에 맞춰 수목원행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시내버스 승강장도 역사와 연결돼 있어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진주수목원역’이 따로 있었지만, 경전선 복선 전철개통으로 5년이라는 짧은 수명을 다하고 이제는 폐역한 간이역 중 하나가 됐다.
 
열차도착 후 10분 정도 후면 수목원행 시내버스가 반성역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시골마을 시내버스는 도로인지 농로인지 구분이 되지않는 좁은 길을 거침없이 달리며 마을 곳곳을 누빈다. 창밖으로 온통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물을 가득 품은 저수지, 땀으로 일구었음직한 곡식들, 마을곳곳의 커다란 고목아래 여유롭게 휴식하는 주민들을 담은 차창 밖풍경을 10~20분쯤 감상하고 나면 버스는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반성수목원, 진주수목원 등으로 불리는 수목원의 정확한 명칭은 경상남도수목원. 나무로 만든 아치형의 입구를 지나 이른 매표소에서는 단체이용객이나 면제대상을 제외한 이들은 자동발매기로 입장권을 구입하도록 안내돼있다. 성인한명 입장료는 1500원. 아주 저렴하게자연학습장으로 또는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진주시 이반성면 보잠산 자락에 위치한 수목원은 화목원, 열대·난대식물원, 수생식물원, 무궁화공원,민속식물원 등 지리산권역에 자생하는 식물 등 국내·외 식물 2700여종 24만여 본의 식물을 수집하고 보전·전시하는 전문수목원이다.
 
58만㎡ 규모의 수목원을 즐기는 방법은 1시간 코스부터 4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 숲 해설가의 도움을 받아 하루 10여 차례 시행되는 숲 해설안내를 이용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경험이 된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소나무속살로 만든 집성재 아치가 입구를 장식한 산림박물관이다. 산림과 임업에 관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림체험학습 및 생태체험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층 로비에서 반갑게 관광객을 맞는 숲 해설가는 1층 로비를 장식하는 나무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로비 한쪽 면을 제각기 멋진 포즈로 줄지어 서있는 12지상은 각각 다른 12수종을 이용한 조각품으로 경남산청 출신의 박찬수 작가의 작품이고요, 반대편의 아름드리 상징목은 경남 함양군 안의면 박동마을에서 마을수호신으로 여겨오던 당산목이 태풍으로 쓰러져 고사하게 되자 산림박물관에 기증된 것으로수령이 약 800년 정도가 됩니다.”
 
또, 숲 해설사 이미순씨는 산림헌장이 새겨진 상징목이 진주시 내동면 산 느티나무로 1200년 된 수령을 자랑한다고 덧붙인다. 산림박물관은 4개의 산림 전시실과 자연표본실, 화석전시실 등으로 볼거리를 다양하고 갖추고 있으며, 생태체험실 및 산림체험학습실도 마련돼 아이들과 함께하는 주말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수목원은 주제에 따라 제각기 짜임새 있게 자리 잡았다. 열대식물원과 생태온실, 선인장원, 약용식물원, 난대식물원, 무늬식물원, 장미·철쭉원, 수종식별원 등 다양한 학습공간 중에서도 특히 나라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조성된 5ha 면적의 무궁화공원에는 60품종의 무궁화를 만날 수 있으며, 무궁화에 대한 각종자료와 영상물패녈 등 42종 200여점을 수집 전시한 무궁화홍보관은 매우 유익한 학습공간이다.
 
수목원은 아이들의 학습 장소뿐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도 훌륭한 산책로를 제공한다.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청량한 공기가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싼다.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도 좋고, 대나무숲길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어도 좋을것이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빼놓을 수 없는 인기코스는 수목원 내 야생동물원. 앙증맞고 귀여운 미어캣과 프레리도그, 다람쥐원숭이, 공작, 독수리 등 모두 55종 4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드넓은 수목원을 관람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할 준비물이 있다.바로 도시락이다. 수목원 내엔 음식점이 없기 때문에 미리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나무그늘 어디든 돗자리만 펼치면 휴식처가 되지만, 수목원 곳곳에 나무로 만든 쉼터가 따로 마련돼 있다. 야외에서 맛보는 도시락은 어떤 맛에 비교해야 적당할까. 숲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솜사탕 맛이라고 해두자.
 
 
각 계절마다 자연이 만들어낸 수목원의 아름다운 변화는 그냥 한폭의 그림이다. 사시사철 자연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수목원도 곧 늦여름의 짙푸른 녹음을 거두고 화려한 단풍으로 숲을 새롭게 단장시킬것이다. 때문에 조금 더 늦춰 단풍나들이로 나서도 좋은 곳이다. 어떤 설렘과 기대를 안고 찾아와도 그 이상을 담아 돌아갈 수 있는 여행지니까.
 
많은 것들이 변한 경전선이지만 기차여행이 주는 매력만은 여전하다. 과거와는 또 다른 낭만이 언젠가는 그리워질 한편의 추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기차여행의 낭만이 숲이 주는 감동으로 이어질 여행, 더 이상 막연한 계획으로만 미루지말자. 자연의 품에서 차분한 휴식을 즐기러 떠나온 당신의 이른 가을여행을 청량한 숲이 기꺼이 반겨줄 것이다.
 
유시윤 기자
 
여행정보 Tip  
주말여행을 계획한다면 미리 열차표를 예매하는 편이 좋다(부전-반성 기차요금:7400원). 기차 내에는 간식카트가 없으므로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수목원은 오전 9시부터 6시(동절기는 5시)까지 개방한다. 입장료는 성인기준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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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수목원의 부대시설인 야생동물 관찰원은 1989년 개원해 총 15,000㎡면적에 약 50여종의 다양한 야생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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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시원한 그늘을 토해내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잔디광장이 펼쳐지고, 이어 야생동물원이 나타난다. 무궁화공원 옆에도 메타세쿼이아 길이 조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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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무궁화에 대한 각종자료와 영상물 패녈 등 42종 200여점을 수집 전시하여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무궁화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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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지하1층, 지상3층의 산림박물관은 산림과 임업에 관한 역사적인 자료의 전시 및 연구목적으로 설립된 열린 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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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수목원의 가을풍경
 
 
 
[2013년 8월21일 제4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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