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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행

야생차처럼 담백한, 들꽃처럼 씩씩한 차밭의 여인들

 
여유-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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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북동지역 아쌈주(州)
 
인도의 끄트머리 북동쪽에 위치한 아쌈주. 네팔과 부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중국 5개국에 둘러싸여 있는 아쌈은 지리적으로는 요충지이기도 하면서 자연청정지역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 느린 속도의 시간이 흐르는 그곳,아쌈의 여인들을 만났다. 3개월간 인도 아쌈주에 체류하면서 생생한 현지 생활체험담을 담은 에세이집‘ 아쌈 차차차’(저자. 피아니스트 김영자씨·사진)를 통해‘ 아쌈’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참고로 김영자씨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차어울림문화제에 아쌈차를 소개하는 저자로 초대되어 부산을 방문했다. <편집자주>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어느 날 삶의 지표를 잃고 시나브로 찾아온 허무감에 새로운 충전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모든 것을 훌쩍 잊고 아쌈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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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쌈’은 아직 여행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망설여지기도 하는 곳이지만, 한번갔다가 실망감만 안고 돌아오는 인도의 여느 지역 여행보다 오랜 감동이 남을 여행지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인들에게는 더없이 불편한 지역이건만 많은 인도여행가들이 금방 다녀오고 돌아서면 다시 그리워진다는 게 인도여행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런 여운이 이곳이라고 다를 바 없다. 떠나온 다음날부터 그리움의 향수가 몇 곱절은 진하고 아리게 번져온다는 게 아쌈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소감이다.
 
“김장재료 다 있어요”
 
인도의 북동쪽에 위치한 아쌈주(州)는 음식의 맛과 채소 및 양념류가 우리나라와 비슷해 음식 맛은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곳이다.
 
3.jpg마늘과 고춧가루 등 김치양념류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현지에서 김장을 담그어 먹는데도 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단다. 우리식발효 막걸리와 비슷한 쌀로 빚은술, ‘하쯔’도 있다. 여행자들이야 잠깐 머물다 오면 현지음식에 적응해야겠지만, 음식의 간이 우리 입맛과흡사한 점, 인정 많고 사람사는 냄새가 마치 고향과도 같아 며칠만 머물러도 익숙해지는 곳이다.
 
아쌈주는 우리 남한의 크기 만한 차밭이 인상적인 도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차밭은 며칠 간 차로 돌아도 다 못 돌아볼 만큼 광활하다. 아쌈의 차는 주로 홍차로 만들어진다. 드넓은 차밭내에 아무나 접근할수 없는 농장안의 공장에서 홍차가 제조된다.
 
찻잎을 따는 노동자들은 모두 아낙네들. 새벽 일찍 차밭으로 나가여인들이 온종일 수확한 찻잎은 경운기에 실려 공장으로 옮겨지고 말림-덖음-롤링-발효-가열의 과정을 거쳐 품질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20%는 인도 28개 주에, 80%는 영국으로 보낸다. 아쌈지역의 집단 농장은 850여개 정도. 한 농장에 100여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지만 농장일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은 그들의 가족을 포함 500여명은 족히 된다.

하루종일 일년 열두달 차밭일에 매여 사는 아쌈의 여인들은 태어날때 차밭노동자로 평생을 살다가 간다. 싱그러운 녹차 전원을 이루어온 주인공들은 천민인 번디드 족과 티이족이다. 인도 전체의 차밭 원주민을 말할 때도 번디드족이라 하고 아쌈 원주민을 부를 때는 티이족이라고 부르는 것도 계급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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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노동자는 인도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제도의 최하층에 속한다. 아쌈에서 태어나 대도시에 나가 성공한 사람들도 출신지역이 아쌈주라는 것은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도 피지배계층의 열등감 때문이다.
 
우리네 조선시대사회에서 있었음직한 돈으로 계급(양반)을사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천민의 세습 부당한 계급사회
 
아쌈의 결혼문화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여성이 성폭력을 당해 임신을 해도 가해 남성과 무조건 결혼할 수 밖에 없는 풍습이 너무나가혹하고 부당한 폐습이긴 하지만, 결혼의식이 치러질 때 만큼은 엄숙하고 절차가 엄격하다.
 
결혼한 인도의 여인들은 이마 한가운데 빨간 빈디를 붙여 표시하게 되는데, 요즘은 아무나 멋으로 하는 추세다. 하지만 빈디는 원래 힌두교에서 유래된 의식의 하나였다고 한다. 빈디는 사리의상과 더불어 인도 여인들만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조금은 불편하고 거추장 스러워보이기까지 하는 멕칼라 사돌은 인도여인들의전통의상으로 어릴 때부터 입는 법을 가르칠 정도로 그들에게는 생활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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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쌈지역은 봄 여름 가을 3계절뿐이다. 아쌈으로 여행할 때 통상인도의 평균날씨처럼 무덥겠지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처럼 초가을 겨울 무렵은 15~20도 이하로 가장 추울 때가 평균 기온 섭씨 15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도15도와 비교하면 안된다. 그 보다 훨씬 춥다.
 
우리나라 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1월까지는 차나무의 동면기간으로 이때 휴식기를 지낸다. 이 시기만 제외하고 아쌈의 차나무는 항상 잎을 따고 또 따도 자라고 또 자란다. 아쌈의 주 소득원이자 효자산업이다. 인도 아쌈지역의 경우 차가 흔한 만큼 공식적으로 하루 4번 티타임을 즐긴다. 삶이 궁핍하지만 예전 영국의 귀족들이 즐겼던 티타임의 고급 식민지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침략과 지배·서글픈 역사
 
여러 나라의 침략으로 지배를 받아온 아쌈의 역사는 여러 민족으로
돌고돈다. 영국에 의해 합병되기 전에는 미얀마(지금의 미얀마)였고,이전에는 1228년 타이(태국)의 아홈족이 침략해 600년을 통치하다 1817년 막강한 미얀마로 바통터치됐다.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한때 뱅갈주에 사는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아쌈은 동파키스탄으로
만들어질 뻔도 했다.
 
인도의 역사는 우리와도 흡사한 점이 많다. 영국식민지로부터 벗어난 지가 1947년.독립 후 아쌈은 지리적으로 인도 변방의 7개 주 중에서는 정치 경제 교육 역사의 중심지이자 요충지였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아쌈을 제외한 6개주는 위험주의를 요하는 지역이었고, 자국민도 방문 허가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주위에서 몰려드는 난민과 반군들의 지하조직 때문에 인도정부나 아쌈주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도 아쌈지역만의 비상계엄령이 존재한다.
 
상황이 안좋을 때는 주 정부차원에서 비상계엄령 ‘번드’를 발령하는데 이때는 상점과 학교 등 모든 공공기관이 문을 닫고 버스를 비롯해 교통운행도 중단하다. 아침6시부터 오후6시까지. 그렇다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고 요즘은 단지 고요한 공휴일 같은 분위기다.
 
설혹 여행자들이 여행중 번드가 발령된 걸 몰랐다 해도 염려할 필요는없다.도심에서 군인들을 자주 만날 수있지만 표정들은 밝고 자유롭다. 보기보다 아쌈은 인근의 다른 주에 비해 활기차고 안정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아쌈의 면적은 남한크기
 
아쌈으로 떠나기 전 기본적인 상식은 알아두면 좋다. 우리 남한 면적과 비슷한 7만8천438킬로미터로 면적의 4분의 3이 평야다. 수도는디스푸르. 인구는 10여년전 인구총조사에서 2천665만 여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전통부족출신은 1500만명인데 티부족과 번디드 부족은 5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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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쌈의 언어는 아쌈이즈. 원주민은 보도어와 카르비어 등을 쓴다. 이웃에 위치한 남동쪽 나
가주(州)는 주민 80%가 기독교라서 몇 집 건너 사이로 십자가가 보일정도로 교회가 많은 것에 비해 아쌈주는 주민 80%가 힌두교다.
 
인도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경한 오지 아쌈. 아쌈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거대한 부럼머뿌뜨라강을 통해 메갈레주로 흘러간다. 이 강을 기반으로 차 잎을 따는 사람들, 고기를 낚는 어부, 꼬이보따족, 쌀농사와가축을 기르는 미씽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광활한 평야위로 다양한 삶의 군상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아쌈의 수도 구와라티를 비롯해 꼴까따, 떼즈뿌르, 멕그로드 간즈등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는 여러지역을 돌아볼 수 있다. 여행중 곳곳에서 만나는 푸르름은 녹차밭외에도 대나무, 야자나무, 바나나나무로 우거진 숲 때문에 한결 상쾌하다. 시간은 한국보다 3시간 30분 늦다.
 
수도 구와라티의 경우 여행자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는 숙소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 어렵고, 기차역 중심으로 저렴한 숙소가 즐비하다. 시장 곳곳은 어딜가도 볼거리로 넘친다.
 
강에 떠 있는 섬중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 아쌈의 머줄리 아일랜드다.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르하트라는 도시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선착장까지 가야한다. 가볼만한 힌두교 사원은 섬안에 있는 우마난다 사원이 있다. 녹차밭을 제외하고는 달리 가볼만한 곳이 없는 곳이지만, 아쌈은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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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풀풀 나는 들길, 가축이사는지 사람이 사는지 분간이 가지않는 집들. 더 없이 불편해 문명의혜택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아쉬운게 많은 곳이지만, 낯익은 듯 금새익숙해지고 마는 도시 아쌈이다. 도시 진화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자, 준비가 됐는가? 번쩍이는 도시의 오락과 유흥에 충분히 멀어질수 있는 당신이라면, 적어도 보름이상 머물러야 진정한 매력을 찾을 수있는 아쌈을 추천한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11월 15일 제1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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