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레저/여행

체 코


구시가 광장에서 노래하는 악사들.JPG 카를교 위에서 공연하는 악사들 1.JPG

 

최근 많은 분들이 여행에 관심이 많아 졌음을 느낀다. 쉽게 가볼 수 있는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의 대도시들 외에 아직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듣게 된다.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다르다. 유명한 상징물, 건축물, 역사적인 유물역시 중요하고 그 나라 그 지방의 음식을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겠지만, 무엇보다 내 여행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래서 늘 내가 여행한 곳은 그 곳에서 만난 사람으로 기억한다.


얼마전 아마존을 수십일동안 함께 누볐던 페루에서 만난 앙헬에게서 안부 메일을 받았고,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의 중심 사마르칸트에서 만나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던 자머라는 벌써 4개월이 된 딸 사진을 보내왔다. 이렇듯 여행이라는 것은 그 곳에서 만나게 될 우리의 이웃 때문에 늘 설레게 되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라는 TV 프로그램이 큰인기를 얻고 있다. ‘황혼의 배낭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젊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배낭여행을 70대이상의 노인들이 젊은 ‘짐꾼’ 한 명과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는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슷한 연배의 출연자들이 나와서인지 챙겨보게 된다. 이들이 다녀온 도시는 내가 ‘발로 하는 독서’를 마친 곳들이다.


특히 체코 프라하편은 감회가 새로웠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중세 유럽에서 가장 번창한 도시로 로마에서 하이델베르크를 거쳐 프라하로 이어지는 도로는 중세의 무역로로 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까지 누리던 프라하는 14세기 카를 4세 때가 전성기였다.


카를교 위에서 공연하는 악사들 2.JPG 거리에서 노래하는 시각장애인.JPG


프라하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그는 로마까지 원정을 떠났고, 아비뇽에 갇혀 있는 교황을 로마로 돌려보냈다. 독일 등 중부 유럽 왕의 선출 절차를 정한 금인칙서까지 발표했다. 또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에 앞서 프라하 대학을 설립했다. 프라하가 ‘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역사 때문이다.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휴양지는 아니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2~3일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아담한 도시 프라하는 중세유럽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흥미로운 것들로 넘쳐난다. 프라하는 한해 1억명 외국인이 찾아드는 세계 6대 관광도시로, 구시가는 1992년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에 선정한 역사문화도시이다.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 특히 배낭객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바로 프라하이다.


‘유럽의 음악원’으로 불릴 만큼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여기저기서 열리는 체코는 성당 음악회가 많다. 높은 천장과 웅장한 실내에서 울리는 음악은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걸음을 멈추게 하고, 관객들도 계단이나 빈자리에 앉아서 편안히 공연을 관람한다. 바츨라프 광장은 신시가지 최대 번화가로 체코 사회변혁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이곳에서 선포됐고, 1948년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 공표한 사회주의 공화국의 출범 또한 여기였다. 지난 1968년 개혁 공산주의자들이 이 광장에서 시도한 ‘프라하의 봄’으로 불리는 자유주의에 대한 열망이 소련군 탱크부대의 침공으로 짓밟히기도 했지만, 1989년에 일어난 체코 민주화혁명 역시 바로 이 광장에서 궐기했다.


광장 끝에는 국립중앙 박물관이며 보헤미아의 수호성인 바츨라프의 기마상이광장의 위쪽 국립 박물관 앞에서 광장의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카를교는 강 서쪽의 성과 동쪽의 상인 거주지를 잇는 최초의 다리로 보헤미아왕카를 4세때(1346~1378)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카를교 위에서 바라본 블타바강.JPG 클래식 자동차를 타고 투어를 할 수 있다.JPG

 

다리 위는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로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악사들과 화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장기를 뽐내느라 여념이 없다. 마라오네트 인형극을 공연하는 토박이, 점자책을 읽으며 노래하는 여인, 재미있는 재즈 공연까지 도심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보니 지칠줄을 모른다.


야경 또한 장관이다. 다리에서 바라본 프라하성의 야경은 프라하의 명물 중의 명물로 꼽힌다. 다리 양쪽으로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체코 성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마치 조각 전시장 같다. 이 다리 좌우 양쪽에 각각 15개씩 줄지어 있는 고딕 및 바로크 양식의 30개 성자상은 체코의 최고 조각가들이 지난 17세기 후반부터 약 250년 간에 걸쳐 제작했다.


구시가 광장 중앙에는 체코의 종교 개혁자인 얀 후스(Jan Hus)의 조각상이 있고, 주위에는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주거지가 남아있다. 구시가 광장을 중심으로 옛 시청, 틴 교회, 로코코 양식의 킨스키 궁전 등이 있다. 구시가 광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아르누보 양식까지 모든 건축 양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광장주변으로는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각양각색의 차들과 마차들이 있고, 나이 지긋한 재즈밴드를 만나볼 수도 있다.어느 TV광고 문구처럼 나이가 드는것이 아니라 멋이 든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꽃의 향기는 자연이 만들고 인간의 향기는 문화가 만든다. 거리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프라하의 모습은 바로 이들이 만들어 내는 향기 때문일 것이다.


410년 당시 천동설에 입각해 만들어진 프라하의 상징 건물인 구시청사의 오를로이 천문시계는 지금도 매시각 종이 울리면 창문에서 예수의 12사도가 차례로 등장한 뒤 닭 울음소리를 내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이 시계는 매시 정각이 되면 위쪽 원형시계 옆에 있는 해골 인형이 한 손에 모래시계를 들고 줄을 잡아당기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정복 욕망을 상징하는 터키군 인형,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유대인 인형, 허영심과 망상을 상징하는 거울을 든 인형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시계 상단의 문에서 12사도가 나와 회전을 한다. 당시 시계를 제작한 시계공이 이와 같은 시계를 또 만들지 못하게 그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도용복.jpg

[2018727일 제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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