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29일

레저/여행

여성의 사회활동과 지위가 높은 모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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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붐탕 전경

부탄의 3일째 아침은 짙은 안개로 시작한다. 부탄 유일의 국제공항이 있는 파로는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어제 다녀온 탁상사원은 3천미터가 넘는 곳이라 일행중 한명이 고산병 증세로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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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린첸(JTBC 비정상회담 부탄대표로 출연) 사원에 들어갈땐 꼭 신분에 맞는 천을 두른다. 

오늘은 부탄의 수도 팀푸를 거쳐 푸나카를 간다. 팀푸에서 작은 차로 옮겨타고 통역, 가이드, 운전기사 모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나머지 여정을 함께 한다고 한다. 통역을 맡은 린첸은 우리나라에서 경희대를 졸업하고 JTBC방송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 부탄 대표로 나왔던 유명인이었다.

그가 가진 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친절한 설명으로 남은 여행이 훨씬 풍요로워 진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파로에서 팀푸를 가는 길은 좁은 2차선 도로에 왼쪽으로는 깊은 협곡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이동한다. 부탄의 자연 사랑은 여행객들에게 불편함을 끊임없이 강요하지만 모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마주했던 미세먼지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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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도로는 비포장에 옆으로는 아찔한 계곡이 있다 

여행내내 이어지는 부탄의 도로 사정으로 이동중에 깜빡 조는것도 힘들었다. 출렁이는 차의 움짐임과 도로 아래 계곡의 경사와 깊이로 인해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새로 운전대를 잡은 도지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며 따뜻했다.

 

부탄의 옛수도인 푸나카를 가는 길에 만나는 도출라는 히말라야 명봉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기대가 컸지만 도착했을땐 짙은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쌀쌀한 기온과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로 비스킷과 커피로 아쉬움을 달래고 팀푸로 돌아오는 길에 멋진 날씨를 기약하며 푸나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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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라캉 

첫 일정은 부탄의 삼신할배로 추앙받는 괴짜 스님 드룩파 쿤리의 전설이 내려오는 치미라캉(Chime Lakkhang) 방문이다. 사원 가는 길에 벼농사를 하는 논들의 모습이 무척 익숙하다. 마을 곳곳에는 남성의 성기 조각, 그림 등등 어쩌면 불교와는 거리가 있을법한 모습이 이어진다.

이 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부탄 전역에서 온다고 한다. 다만, 부탄의 교통 사정과 경제 사정으로 오고 싶어도 못오는 임신을 기다리는 많은 여인들이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여기서 기도하고 첫째를 낳고 둘째를 임신하기 위해 다시 찾아왔다는 모녀를 만나 효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탄의 사원 내부는 모두 촬영금지라서 내부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내내 남아있다.

특히 이곳에는 드룩파 쿤리의 성기를 모셔두고 있었다. 코끼리 상아처럼 생긴 모양이 진짜 남성의 일부분이었다고 믿기에는 어렵지만 이 곳 전설을 믿는 부탄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느껴졌다.

사원 뜰에서 동자승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태어나서 평생을 사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슬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해맑게 뛰어 노는 모습에서 평범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경찰, 군인보다 스님이 더 많은 나라. 이 나라를 이끌고 가는 큰 축이 되리라 확신한다.

푸나카 종 입구.JPG 푸나카 종.JPG
푸나카종 입구(왼) 푸나카종(오)

치미라캉을 나서 부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푸나카종(Punakha Dzong)에 도착했다. 모츄(어머니의 강)과 포츄(아버지의 강)이 만나는 곳에 지어진 푸나카 종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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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나카종 들어가는 다리위

푸나카 종에 가기위해선 다리를 지나야하고 그 곳엔 어김없이 낮잠을 즐기는 개들이 있어 피해다녀야 했다. 사원 내부는 사방이 건물로 둘러쌓인 구조로 중앙에는 넓는 광장이 있고 그곳에 몇백년은 여기를 지켜냈을 보리수나무가 있다. 이 곳에 있는것만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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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종 내부에 보리수나무

푸나카에서 이틀째 날은 일요일이다. 어제는 날씨 때문에 제대로된 사진을 남기지 못하여 푸나카종이 잘 보이는 곳으로 다시 향했다. 그 곳에는 마침 주말을 딸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여 피크닉을 나온 아버지들을 만났다. 두 분 모두 군인이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인천공항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젓가락을 건네며 자리를 만들어주어 염치불구하고 부탄의 가정식을 맛볼 기회를 가졌다. 이 곳에서 먹는 채소 대부분은 유기농이고 고기류는 인도에서 수입해 온다. 매운 고추를 많이 사용하여 느끼함을 잡아줘서 먹기 훨씬 수월하다.

아버지들과 함께 소풍나온 여고생들.JPG 밤에 위스키를 들고 호텔로 찾아온 군인 아버지들.jpg

  아버지들과 함께 소풍나온 여고생들.. 밤에 위스키를 들고 호텔로 찾아온 군인 아버지들


어느 호텔인지 묻고는 저녁에 위스키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아름다운 푸나카 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사원으로 향했다. 이 사원을 이끄는, 일종의 교장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는분은 남자스님이었고 그 분의 배려로 예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예불이 진행되어 우리 일행이 함께 할 수 있었다.

부탄에서는 항상 손님에게 차와 비스킷을 내놓는다. 우리의 인심과 흡사함을 느낄 수 있다. 재래시장을 둘러본 후 날이 저물어 호텔에 돌아오니 낮에 만난 분들이 위스키 두 병을 들고 자리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가이드, 통역을 포함하여 우리 전부가 빙 둘러 앉아 현 국왕을 기념하여 히말라야 청정수로 만들었다는 위스키 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고 행복을 얘기하다보니 또 하루가 지나갔다.

 

트롱사(Trongsa)로 출발하는 오늘은 하루종일 차에서 보내게 될 예정이다. 야크 무리가 도로 한 쪽에서 유유히 거닐고 있어 카메라에 담고 싶어 내렸더니 가이드가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중간 휴식지에서 커피와 비스킷을 먹고 있을때 대만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만나 국제 교류의 시간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다시 나섰다. 트롱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즘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을 만났다.

이런 산골짜기 도로에 웬말이냐. 아스팔트 포장도 되어 있지 않고 겨우 차 두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곳에서 긴 줄을 만들어 앞서가던 차들이 서있고 우리 뒤로도 한 대씩 차들이 붙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통역, 가이드와 함께 차에서 내려 앞쪽으로 무작정 걸아가며 사태 파악해보니 산사태로 큰 돌들이 도로 중앙에 쏟아져 막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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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태로 도로가 일시 폐쇄

다행히 포크레인이 도착해서 돌들을 계곡 아래로 치우고 있었고 그 돌들이 굴러 내려가며 만드는 소리는 천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갑자기 산 위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다시 산사태가 났다고 생각하고 혼비백산하는데 장난이었단다.

모두들 웃으며 이런 상황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산중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자동차 불빛이 없으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때 차는 다시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간신히 요기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트롱사 종을 들려 다시 붐탕(Bumthang)으로 출발한다. 부탄 여행의 특징은 불교 국가답게 대부분 사원 방문으로 이루어진다. 부탄사람들의 일상이 종교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이고 사원을 방문할 때, 스님들과 얘기할때는 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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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온한 붐탕의 모습

책 가방을 메고 있는 여러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인솔자와 함께 도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부탄 올때 챙겨온 학용품들을 나눠주니 부끄러운듯 좋아하는 모습에 순수함을 느낀다. 부탄은 모계사회라서 여성의 사회 활동과 지위가 높다. 여행중 머물렀던 대부분의 호텔에서 무거운 짐을 방까지 옮겨주는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처음엔 무거운 짐과 씨름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직접하려고 했지만 가이드가 괜찮다고 말렸다. 오히려 도와주려는 것이 성차별이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붐탕에서 2박을 하게 된 호텔은 크지 않지만 젊은 주인 부부가 운영을 하는 곳이었고 음식솜씨가 남달라 가장 맛있게 식사를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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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붐탄시장님과 티타임 

우연찮게 남편의 큰아버님을 만나게 됐는데 예전에 이 곳의 시장님이었고 우리나라도 한번 방문한적이 있다고 하여 티타임을 가지며 부탄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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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6일 제96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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