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29일

포커스

제종모 전 부산시의장

11-1 제종모 전 부산시의장 메인.jpg
제종모 전 부산시의장은 2~3년동안 연을 촬영하며, 진흙탕속에서도 꽃을 피우며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에 순응하며 고결하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간사에 다양한 메시지를 선사하는 연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사계절 피고지는 순간에도 청정하고 순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연(蓮)의 다양한 백태를 렌즈에 담아 촬영하면서 그 찰나의 모습과 감동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최근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생애 첫 사진전을 개최한 제종모(72)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수년 만에 사진작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5일 부산시청 제1전시실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은 총 60점. 지난 2~3년 동안 찍은 3천여 점 중에 전업 사진작가 최부길 선생의 도움을 받아 추리고 추려 최종 선정한 작품이다. “찍을 당시를 생각하면 어느 한 작품 애착이 가지 않는 게 없고,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라 선택지에서 제외될 때 마다 아쉬움이 컸다”는 제 전 의장은 이번에 선보인 작품 모두 전문가의 시각에서 선택된 객관적인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제 전 의장은 “그동안 정치권을 떠나 철저히 일반인으로 돌아가 쉼과 여유를 갖고 힐링의 삶을 살았다”며 “틈틈이 전국을 돌며 ‘연’촬영에 몰두했던 지난 몇 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돌아본다.“정치를 그만 둔 후 일상의 변화라면 하다 못한 사진촬영에 마음껏 매진할 수 있었던 일이다.

춥든 덥든 비가오든 눈이 내리든 관계없이 토,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작품에 필요한 날씨에 맞춰 무조건 현장에 나갔다.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사진촬영은 제 전 의장에게 일생동안 가
장 애착이 가는 취미중 하나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다한 작업을 완성하고 싶었다는 제 전 의장은 연을 찾아다니며 심취한 지난 몇 년은 참으로 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기회였다고 밝혔다.

 

변화무쌍 사계절 색다른 매력 연의 ‘백태’ 수천여 작품촬영
2~3년 연밭 누비며 생명의 경외, 인생철학 깨달음 갖게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건축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제 전 의장은 건축가로 활동하며 사업에 매진하던 시절 1980년대에는 주로 해외 유수의 건축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서양건축물의 색채, 양식들 위주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사실 제 전 의장의 사진경력은 50여년에 이른다.

대학시절 모 방송국 주최로 금강공원 식물원에서 열린 사진촬영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동아리 활동 등 틈틈이 사진을 찍었고, 최고의 전업작가를 초빙해 개인 교습을 받으며 줄곧 카메라를 다루어 왔으니 작가 데뷔만 하지 않았을 뿐 50년 구력의 전문가나 다름없다.

건축물 사진 등 유화에서 정물로 넘어온건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며 많은 작가를 배출해온 사진작가협회 최부길 회장을 만나면서부터다. 이후 정물에 관심을 갖게됐고 ‘연(蓮)’과 연(緣)을 맺게 됐다. 지난 50여년간 그의 작품활동은 달림과 쉼을 반복해왔다.

196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주로 20년 단위로 하다 쉬다를 반복해온 사진작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연’도 좋은 지도와 좋은 인식을 심어준 최부길 선생과의 ‘연’ 덕분이다.

“연을 만나면서 나름 철학도 생겼고 특히 연은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었다”는 제 전 의장은 “과거에는 내가 보고 즐기고 하는 개인적 취미중심이었다면 ‘연’에 천착해온 지난 몇 년, ‘연’이 주는 감동과 시사성이 매우 커, 세상밖으로 끄집어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게 이번전시의 목적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연을 찍기 전에는 연이 가진 감정, 사랑등을 느끼지 못했는데 자주 찾아다니면서 ‘연’과 대화도 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됐다”는 제 전 의장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벗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다.

“꽃을 피우기 위한 봄철 연의 여러 형태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시기인 가을 겨울 연의 양상은 우리 인간에게 철좀 들어라하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는 제 전 의장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의미처럼 더러운 진흙탕속에 서도 고고하고 깨끗함을 잃지않는 연은 사 람 마음을 움직이는 상징성과 진리의 순수함마저 느끼게 한다고.

“사람들은 좋을 때는 믿는다 사랑한다면서 안좋을 때는 마음 한구석에 배신감을 쉽게 느끼고 믿음을 저버리기도 하는데 연은 사람과 달리 자연에 순응하며 변화에 따를 뿐 사람처럼 배신하지 않는다”며 연의 철학을 전한다.

연에 천착해온 지난 시간들은 정말 감회가 새롭다는 제 전 의장. 모두가 활짝 핀 예쁜 모습에 집착할 때, 아무도 찾지 않는 계절, 연밭을 서성이다 뜻밖에 만나는 연의 변이와 백태를 놓치지 않았다.

11-1-2 제종모 전 부산시의장.jpg
  일종의 재생작품인 유화작품. 한지 이면에 서예를 쓰다가 버린 종이를 재활용해 이면에 채색을 하니 독특한 작품   이 됐다고. 제 전 의장은 유화, 서예 등에도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 건축가다.

풍파에 갈갈이 찢긴 골격만 남은 연잎, ‘그래도 나는연이다!’ 말하는 꼿꼿한 줄기위로 절개와 기개의 선비가, 살얼음판위로 삐죽 솟아오른 시든 연잎과 대가 그려내는 무한한 이야기들은 제 의장의 상상속에서 차이코프스키도, 백조의 호수도, 다시 살아나고, 잊고있던 고전의 숨결이 새록새록 흐른다.

말라가는 연 꼬투리는 비상하는 학이 되었다가, 포효하는 짐승으로 나타나기도 난다. 활짝 핀 봄꽃 연이 생동감을 준다면 스러지는 가을겨울의 연은 무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며 끈질긴 생명의 철학을 선사하는 매력이 있단다. “신기해요. 죽었다 생각하지만 그 밑에선 새로운 움을 틔우고 있거든요.

연의 소멸과 생성은 끊임없는 생명의 세계요, 그것이 자연임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부여 무안 경주 밀양 함안 함양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생도 참 많이 했다는 제종모 작가. 이쯤되면 작가란 칭호도 사치는 아니다. 영하 몇 도의 물에 빠져도 보고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웅덩이에 쳐박혀보기도 한 시간들.

피사체에 한번 꽂히면 쫄쫄 굶어가며 원하는 순간을 포착해내기도 했다. 그래서 제 전의장의 작품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인가는 인문학적 상상의 바탕이 없이는 불가능 한 일. 그래서 제 전 의장은 틈틈이 독서를 하고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제 저를 사진가로 믿어주겠죠? 사진을 찍는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진짜 제대로 찍기는 찍나?하는 의문을 갖고 있던 지인들이 이번 전시를 보고 모두 놀라는 눈치더군요.” 이제 더 성숙된 모습, 더 멋진 피사체를 찾아 진보된 작품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도 생긴다는 제 전 의장.

어제 본 것도 오늘 보면 새롭고 똑같은 자리를 여러번 돌아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그는 꾸준함과 끈기, 절대 만만치 않은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경배를 잃지 않고 자만을 경계하면 훌륭한 작품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도 성실하게 카메라를 놓지 않을 계획이다. 덧붙여 그는 자녀들 청소년 시절 부모와 함께 연밭을 같이 다니며 연의 철학을 공유하고 사색하는 일은 동기부여는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 적극 권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말한다.


유순희 기자

[20181119일 제10612]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