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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우리 전통민화의 진수 제대로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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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생태마을 물만골을 1시간여 걸어올라 올말졸망 돌담을 사이로 들어앉은 그림같은 집에서는 날마다 소곤소곤 벽장속에 잠들어 있던 전통 민화가 깨어난다.


시대를 거슬러 사뿐이 화폭에 내려앉은 선녀같은 고운 미인, 백두대간을 한걸음에 달려온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효하는 호랑이, 옛 선비들의 문방사우며 안방 사랑방을 채우던 목단 가리개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온듯 옛 선조들의 생활을 만날 수 있다.


붓을 잡은지 50여년. 실력을 꼽으라면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국내 민화작가 서열 선두에 들 인물임에도 유명세를 뒤로하고 골짜기로 숨어들어 옛 선조들의 숨결을 오롯이 느끼고 전하고자 애쓰는 예인이 피워내는 마술이다. 초동 문명화(66) 민화작가. 부산시 연제구 진남로 도심 대로변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곳 물만골에 들어온 지는 2년여.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조용히 작업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이곳에서 그는 개인 작업과 함께 전문 강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어느 곳이든 마다않고 그를 쫓는제자들이 끝없는 민화세계를 바로접하고자 매주 주말이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흉내만 내어 기교만 부리는 상업적 민화가 아닌 우리 전통 민화의 본질과 맥을 제대로 잇게 하고싶은 게 제 목표예요. 기본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 있도록 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한결같은 우리 민화의 참 모습을 후대가 알게 해주고 싶거든요.” 처음 민화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보고 시작했다가 낙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시중에 떠도는 본을 구해 색칠법만 익혀 흉내내는 비전문가까지 각양각색이지만 사실 민화는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분야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입문은 쉬워도 깊이는 끝없는 민화예술
민화의 맥 제대로 잇는 강사양성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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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문명화 선생도 어느 날 갑자기 민화를 그린 것이 아니다. 한국화 시서화는 강형원 선생으로부터 사사를 받고, 문인화는 금봉 박형범 선생, 서예는 울산의 대가로부터 사사를 받아 미술의 기본을 익힌 후 민화는 국제민화심사위원인 송규태 화백으로부터 6년간 지도를 받고 제대로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개인적으로는 조경특허기술자로 조경전문 심사 감독업을 겸하고 있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전통민화의 입문은 쉬우나 깊이가 끝이 없고 기록화 등 어려운 분야도 많아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인생은 연습이 없는 본습임을 새기고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 매순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각종 공모전 대상을 휩쓸고 개인전 초대전도 다수 가진 경력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심조형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의 경력을 가진 그도 민화세계에서만큼은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다. 전통 민화를 바로 익힌 자들만 새로운 민화풍을 창작할 수 있을까. 최근 그의 민화는 독특한 화풍으로 미술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현대인들과 친숙한 민화를 위해 파스텔 톤의 민화풍을 창작, 주목을받고있는 것. 전통 오방색에서 만들어낸 그만의 색채는 오묘하고 부드럽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찾아낸 그만의 색채에 전국의 마니아들이 매료되어 요즘은 심심찮게 미술시장을 통한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다. “혹자는 말합니다. 민화가가 무슨 예술가냐고. 밑그림에 채색하는 게 창작이냐는 거죠. 물론 기본을 익힐 땐 ‘본’을 베끼면서 배우게 되지만 제대로 실력을 갖추면 자신만의 민화세계를 창작해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장르에서 민화를 비난할 게 못된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찍어 형상을 그리고 베끼기도 하고 모든 장르 역시 모방에서 창조가 이루어지거든요.” 문작가는 다만 최근 들어 민화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제대로 된전통 민화가 보급되지 않고 있는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민화지도자들의 이기주의도 지적한다.


제자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아 눈을 더디 뜨게 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욕심이 민화의 맥을 제대로 잇는데 한계가 되기도 한다는 것. “저는 뭐든지 많이 보고 배울 것을 권합니다. 박람회든 전시회든 전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고 안목을 틔워야하거든요. 가급적 하나하나 입에 넣어주듯 집어넣어주고 싶어요.


재료든 기법이든 뭐든. 우리 민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자기가 알고있는 것 가진 것을 오픈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전통민화의 보급과 민화를 알리기 위해 문명화 작가는 동서대학교 사회교육원 양정캠퍼스에서 민화지도교수로 초급 및 민화지도사 2급 자격증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주3시간 20주 과정에 시험을 통과해야 2급 자격이 수여된다.


이와함께 물만골 개인 화실에서는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민화세계를 지도하고 있다. 한국미협내 민화분과가 최근에 생기면서 요즘은 서울에서의 활동보폭도 넓혀가고 있는 문작가는 민화세계에 관한 한 서울 및 타 지방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전국에서 문하생들이 찾고 있다.


물만골 생태마을로 들어온 후 문명화 작가는 봉사차원에서 마을 길목에 전통민화를 옹벽에 담아 마을을 환하게 밝히기도 했다. 최근엔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자연생태마을 프로젝트에 참여, 기회가 되면 우리 민화의 숨결을 곳곳에 불어넣고 싶다고.


예술을 통해 선현들의 삶과 풍습을 돌아보고 잊혀진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문명화작가, 도시의 빌딩숲에 가려 일부러 찾지 않고서야 만날 수 없는 신비로운 곳,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히 들어앉아 태초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물만골의 순수함이 닮았다.


유순희 기자

[2018420일 제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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