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3월 30일

인터뷰

“학교폭력…뒷수습보다 예방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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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청소년기를 먼저 겪어온 선배로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영예로운 상을 받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며, 옆에서 의지가 된 동료들과 힘들지만 일선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 동료들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에서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공로로 우수 공무원상을 수상한 부산 금정경찰서 소속 박희영(38) 경사의 수상 소감이다. 박 경사는 비행청소년을 위한 선도프로그램인 ‘힘내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정구 관내 4개 학교에 교과과정으로 편성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줄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30일 이 상을 받았다.
 
박 경사는 지난 2013년부터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범죄예방교육, 가해 및 피해 학생상담과 선도업무 등을 담당하며 단순한 교육과 선도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교육차 찾은 학교는 제가 생각했던 학교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퀭한 눈에 멍한 모습, 엎드려 있는 아이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마냥 버려두라는 의욕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의 학창시절도 되새겨 보고 비교하게 됐어요. 돈·권력·명예가 중심가치가 돼있고 경쟁이라는 삭막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환경이 슬프게 와닿았습니다”라고 아이들과 대면한 첫인상을 털어놨다.
 
 
교육현장 찾아“ 힘내학교” 기공체조 기획운영

팀웍으로 이룬 결과 동료들과 수상의 영광 나누고파
 
 
“15세 가출소녀를 찾은 일이 있었는데, 가출이유를 묻자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됐죠. 그 또래가 할 수 있는 상투적인 답변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는게 힘들다’는 말을 듣고는 어른으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경찰공무원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고 아이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6개월의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라며 화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의 일화를 말했다.
 
당시 박 경사는 크게 한번 엎을만한 변화를 꿈꿨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란 결론으로 무기력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그래서 기획한 프로그램이 바로 ‘파워브레인’이다.
 
뇌교육협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성취감을 경험하게 해주려는 시도였다.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반발로 어려움도 있었고, 때로는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도 흘리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저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좋은 경험도 됐죠” 당시 박 경사는 효율적인 선도는 또래집단 속에서 즉, 문제의 아이들이 소속된 반 전체에서 풀어야함을 체감하고 선도 프로그램을 학급 전체로 확대, 분기별로 진행해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월1회, 분기1회 등의 교육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예산이라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자주, 주기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비행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힘내! 학교’를 기획·운영하게 됐다고. 중·고교생 스포츠 활동시간에 진행되는 ‘힘내! 학교’는 기공체조를 통해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몸의 변화와 증상을 말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감정표현과 자존감을 키워가는 프로그램이다.
 
박 경사는 이러한 창의적인 체험활동과 뇌교육을 교과과정으로 편성하고 아이들과 주1회 주기적으로 만남으로써 고위험군이었던 시범학교의 학교폭력예방에 큰 효과를 보게 됐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51개 학교 800여 명의 교사·학부모·학생이 참가하는 ‘학교폭력 피해역할극’을 기획했다. 학생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교 폭력에 대한 역할극을 학생들이 함께 준비·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아이들의 놀이의 장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죠. 인근 학교의 아이들까지 와서 참여하는 것을 보고 정말 아이들이 갈 곳이 없고마땅한 놀이문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십수년의 세월을 이렇게 보내야 할 아이들의 미래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라며 역할극을 진행하며 느낀 소감을 말했다. 학교업무를 전담하며 박 경사는 “사고 후 뒷수습이 아니라 사전예방이라는 것, 또 그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열심히 했던 것 같다”면서 학교폭력예방 전담업무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힘든 현실도 사람이 만들었듯이 행복한 사회도 사람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목표로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 나의 길이자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밝혔다.
 
박 경사가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한것은 바로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비록 녹록치는 않겠지만 스스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 박경사가 꿈꾸는 자신의 미래다.
 
유시윤 기자
[2015227일 제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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