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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녀가 구치소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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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년째, 소프라노 조영희(33)씨는 조금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산,진주, 경주의 구치소를 돌며 음악으로써 재소자들을 교화해나가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
 
진정 음악이 필요한 곳에 음악을 전해주는 것 뿐이라며 겸손해하는 젊은 그녀는 인터뷰 내도록 인간의 굳어버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그녀는 왜 구치소로 갔을까. 어느날 한 지인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한 1년 정도를 예상하고 다른 지인 한 분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스스로의 만족감과 뿌듯한 감동의 물결이 가슴속에 끓어오르면서 쉽게발을 빼지 못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봉사해온 지 어언 4년째다.
 
조씨가 처음 구치소에 들어섰을 때 철창과 철문으로 외부와 단절되고 온기없이 메마른 구치소는 한마디로 ‘단절’ 그 자체였다. 이미 구치소에는 몇 가지의 교화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재소자들은 특별히 호기심을 가지진 않았고 약간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재소자들은 사기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긍정적으로 임하는 듯하나 그 속은 알 수가 없었기에 그들의 진심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최근 진행된 프로젝트는 문화진흥원과 병무청이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주당 1회 수업으로 25~30회기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하는 조씨는 “주로 클래식 dvd를상영하고 동시에 클래식 음악가들과 그들의 생애와 어려웠던 환경들을 해설하는 등 향수와 그리움 등 인간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가곡이나 건전가요를 강습하기도 하고 함께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을 지도하고 있다”고.
 
매 5회에 1번은 바이올린, 아코디언, 클라리넷 등의 연주자들을 직접 초청해 음악회를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어려울 때, 나쁜 마음을 먹기 전에 이런 음악을 먼저 알았더라면 죄를 짓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새삼 후회스럽네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클래식을 듣고 있을때 한 재소자가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는 조씨는 “클래식은 부유한 계층의 사람이나 삶이 여유롭기만 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데도 한국은 아직 자신의 건강한 정신을 위한 음악 감상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유럽은 노점상 할머니도 일이 파하면 작은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것과 대조된다는 것. 한번은 가곡이나 합창을 지도할 때 유난히 목소리가 맑은 재소자가 있었다고. 성악에도 다소 재능이 있던 그녀는 출소 후, 정식으로 노래를 배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는 조씨는 초청된 연주자들이 와서 공연하는 날이면, 정성에 탄복하면서 이런 공연을 자신이 볼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이는사람들을 보면서 문화적 감동이 주는 인간심성의 변화와 메시지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수익성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제가 그들로부터 진짜 사람이 되어감을 느끼고 배운다”는그녀. 음악이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라고 강조하는 조씨는 재소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나누면서 그들이 변하는모습을 보는 감동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기존의 인성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사회는 스스로가 느끼고 깨우칠 수 있는 참된 인성교육이 절실해요. 그런 면에서 ‘음악의 힘’이란 대단하죠. 처음에 관심조차 두지 않던 재소자들이 클래식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화음을 맞춰가면서 조금씩 서툴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몸소 경험한 저로서는 요즘의 유아나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입시위주 교육이나 메마른 감성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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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가르치는 동안은 제자들이기도 하다는 조씨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게됐다고.스스로도 방관자에 불과했던 자신이지만 이들을 이해하고 재사회화에 기여할수 있는 지금은 어느때보다 행복하고 보람있단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각 구치소마다 더욱 활성화 되어 더 많은재소자들에게 더 많은 음악봉사자들이 마음의 평안과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 꿈을 먹고 사는 여자라고 말하는 소프라노 조영희 씨. 계획하고 이루어가기를 즐긴다는 그녀는 현재 음악회 기획 및 대표로 활동 중이고, 음악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자이뮤직아카데미를 꾸려가고 있다. 연주가로써도 끊임없이 수양중이라는 그녀는“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신의 건강한 삶과 영혼을 위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것”이 큰 목표이자 꿈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백가영 기자
[2010년 12월 16일 제1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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