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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내 남자에게 말할 수 없는 두번째 로맨스?

 
 
Wife 22 / 멜라니 기데온 저 / 21세기북스 / 14,500원
 
중년여성들의 상실감 부부간 소통의 부재 다뤄
SNS통한 삶의 변화, 일탈의 위기 다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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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들의 현재를 가늠해볼 수 있는책이 나왔다. 결혼생활의 권태기를 한번쯤 느껴볼만한 결혼생활 20년 차 이상의 여성들은 가족과 자신에 대해 지금 어떤 생각과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지 누구나 공감할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중년으로 향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여자로서의 자신감을 잃어가는 사십대 여성들, 고독과 상실감을 경험해 본 중년의 여성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 '와이프 22'(멜라니 기데온 저/ 21세기북스/14,500원).
 
주인공 마흔네 살의 앨리스 버클은 20년이 다 되어가는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의 사이는 멀어질 대로 멀어졌고, 훌쩍 커버린 사춘기 딸과 아들은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을 반기지 않는 눈치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영락없는 중년 여성. 게다가 조금 있으면 마흔 다섯, 바로 그녀의 엄마가 돌아가시던 때의 나이. 엄마의 나이를 넘어선다는 게 왠지 두려운 그녀의 이야기다.
 
앨리스는 어느 날 네더필드 센터라는 기관으로부터 ‘21세기 결혼 생활’에 대한 설문 조사에참여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는다. 그녀에게는 ‘와이프 22(wife 22)’라는 익명이 주어지고 ‘연구원 101’이라는 담당자가 배정된다. 그 뒤 연구원 101의 이메일을 통해 질문들이 수시로 전달되고, 앨리스는 남편 윌리엄과의 첫 만남에 대한 회상부터 남편에게조차 털어놓지 않은 비밀들,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한 고백을 여과 없이 적어 보낸다. 그렇게 결혼 생활을 조목조목 돌아볼수록, 그녀는 지금의 생활이 불만족스럽다.
 
설문 조사에서 '결혼 생활에 관해 미리알았더라면 혹은 누군가가 충고해 주었더라면 하는 점'이라는 질문에 앨리스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서로를 잊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 답한다. 보험 정책이나 세금문제, 또는 몇 시에 집에 들어올 건지, 하수도 고치는 사람은 불렀는지 같은 문제보다는 훨씬 깊이 있는 주제에 관해 남편과 대화라는 나누고 싶어 하는앨리스.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지나보낸 동시대의 주부들이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한가지의 질문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된다.
SNS로 끊임없이 소통하면서도 가족과는 점점 단절되어가는 소통의 고리, 일탈과 삶의 변화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누구나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태감과 더불어 찾아온 남편 월리엄의 실직, 그런 그녀에게 연구원 101의 만나자는 제의. 부부생활의 위기와 잃어버린 자신감은 앨리스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의 식어버린 열정, 여자로서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여성들에게 행복을 향한 앨리스의 여정은 사랑과 신뢰, 노력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한편 책의 말미에는 책속의 연구기관, 네더필드센터 결혼생활연구소에서 앨리스에게 던진 총 90개 문항의 질문 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주로 배우자와 관련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대다수.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한 이 질문에 당신은어떠한 답변을 내놓을텐가. 내게 있을 법한 가상의 세계를 통해 위기의 중년을 슬기롭게 극복해봄은 어떨까.
 
유시윤 기자
[2012년 12월 21일 제3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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