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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여성의 삶과 가난’ 당당한 커밍아웃

 
가야여성문학회 창간호 ‘다락방이야기’ 출간
‘여성과 가난’ 주제, 여성의 정체성 찾기나서
 
 
 
“다락방은 우리의 숨겨지고 구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동인지 ‘다락방이야기’는 문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닫혀진 창문을 활짝 열기 위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가야여성문학회(회장 나갑순)가 동인지 ‘다락방 이야기’(편집인 장정임. 도서출판 해암)를 펴냈다.
 
‘여성과 가난’을 화두로 창간호를 내고 가난을 당당히 커밍아웃하며 여성의 정체성 찾기에 나선 것. ‘여성과 가난’을 소재로 265쪽 분량에 담아낸 동인지 ‘다락방 이야기’는 동인들의 ‘여성의 삶과 가난’에 대한 진실과 체험의 보고서다.
 
“여성과 가난의 문제는 남성권력 중심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조의 결과이다. 가난을 당당히 커밍아웃할 줄 알아야 진정 내면의 진솔한 글을 담아낼 수 있는 문학인이 된다”고 말하는 장정임 편집인은 70쪽이 넘는 발제문을 통해 과거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삶과 나의 삶이, 또한 모든 여성의 삶이 희생적이고 가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사회구조, 작금의 상황들을 다양한 사례와 체험을 통해 풀어놨다.
 
또 장정임 편집인(김해여성복지회관장)은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방향을 서두에 잡아, 앞으로 발간될 2호 3호...의 성격도 다락방에서 속닥속닥 털어놓듯 여성들만의 은밀한 이야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더불어 여성들의 생각과 고발과 주장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가고자 하는 이른바 실천적 여성주의 동인지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발제, 논단, 시, 수필, 단편, 동화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가난’, ‘가야문단’ 코너로 구분해 다채롭게 다루었다.
 
가슴 절이도록 가난했던 어머니의 가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코끝 짠한 감동을 주는 박덕선 작가의 ‘미역국 한 그릇’은 미처 다 읽기도전에 가슴이 먹먹하다. 고생줄 달고 산 친정어머니의 삶과 가난이 가져다 준 유년의 추억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윤영애 작가의 ‘받은 만큼도 못 돌려주는 사랑’이야기도 너무나 솔직해 공감이 간다.

김은아 작가는 갈수록 늘어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단편소설 소재로 다루어 시어머니의 늦둥이 딸이자 장애인 남편의 아내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주여성의 삶과 농촌의 세태를 그려냈다.
 
 
그런가하면 이나열 작가는 ‘한국 현대 여성시에 나타난 가난의 문제’를 논단으로 끌어내 여성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여성문학을 통해 진정한 여성문학을 이루고, 자연을 닮은 여성들이 지구의 미래에도 관심을 갖는 등 여성성이 가지는 포용과 사랑의 정신으로 에코페미니즘운동을 작품화하는 여성문인들이 많이 늘어나길 염원했다.
 
한편 가야여성문학회는 김해 부산 마산 등 옛 가야 문화권 지역 여성문인들의 모임으로 고정희 백일장, 독서토론회 등을 열어오고 있는 문학단체. 동인지 ‘다락방 이야기’는 매년 1회 펴낸다.
 
내년 발간될 동인지는 ‘여성과 성형’. 창간호 발제에서 살짝 언급했듯 ‘못배우고 가난한 것은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 못한다’는 이 나라 남성들의 인식이 여전한 이상 여성에게 있어서 아직도 절대 가치가 되고있는 미(美)와 ‘부자여성이 날씬하다’는 토론토 세인트 마이클병원의 조사내용을 짐작해볼 때 다음이야기도 사뭇 기대된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1년 3월 18일 1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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