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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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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과 조제핀, 쑹칭링과 쑨원, 루이 14세와 마담 맹트농, 고종과 명성황후, 에비타와 후안페론, 헨리8세와 앤불린, 히틀러와 에바브라운 등 세계를 움직인 그들의 연애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바이북스가 펴낸 신간 ‘정치가의 연애’는 당대 인류의 지성사, 정치사, 예술사를 이끌었던 그들의 자취와 공과를 ‘연애’라는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사건을 중심으로 들여다 본 흥미로운 책이다.
 
중국통 이양자 동의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김응종 충남대 사학과 교수, 김태권 만화가, 박경옥 서강대 사학과 교수, 원종우 음악가,이강혁 대전외고 스페인어과 교수 등 사학도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던 정치가들도 범인과 다를바 없이 ‘연애’라는 통속적인 이름으로 인간적인 면모들이 그려지고 있다.
 
정복왕 히틀러에 대한 연애이야기를 풀어놓은 원종우 음악가는 “이제 나의 연인은 권력이다”는 제목으로 나폴레옹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내사랑. 당신에게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어요. 내게 빨리 내 마음을 감성과 기쁨으로 채울 네 쪽의 편지를 보내주시오. 되도록 빨리 당신을 내팔에 안고 싶소. 그리고 적도의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100만 번의 키스를 퍼붓고 싶습니다.”
 
군인으로서 천재적 재능과 끝 모를 자신감을 발판으로 당대 역사적사회적 상황을 자신을 위한 정치적기회로 전환시켰던 나폴레옹은 등장 10여년 만에 혁명으로 탄생한공화정을 그의 손으로 뒤엎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역설적인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식민지 출신으로 벼락출세를 한 나폴레옹에 비해 귀족적인 기품이 몸에 밴 출중한 미모의 조제핀을 사모, 전장에서도 열렬한 러브레터를 보냈는데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조제핀의 외도사실을 알게되었고 이후 알면서도 각자 불륜 행각을 펼치며 각자의 사랑놀음에 외면했다. 연애초기 나폴레옹이 열렬히 조제핀을 사랑했다면 조제핀은 그의 마음이 떠났을 때 깊은 사랑을 느낀 지향점이 맞지 않는 애정을 서로 다른 시기에 나눈 불행한 연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지막 숨이 다할 때 까지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랑이다.
 
중국을 사랑한 여인, 여성정치가 쑹칭링은 조국을 사랑하듯 자기 남편 쑨원을 사랑했다. 쑨원의 개인비서로 일하게 되면서 비밀문서정리에서부터 조국혁명과 세계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영웅숭배를 너머 이성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발전, 인생의 절망상태에 처해있던 쑨원과 사랑에 빠진다. 본부인이 있었고 정치가 혁명가였던 쑨원이 거쳐야하기에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쑨원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그도 여느 평범한 사람과 같음을 보여준다.
 
“그녀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나는 다음 날 새벽에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다. 나는 당신들과 천하 대사를 의논하지 사사로운 가정문제는 의논하고 싶지 않다. 나는 신이 아니다.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다.”쑨원의 사상적 영향을 많이 받았던 쑹칭링은 남편 사후 여성정치가로 거듭난다. 그들의 사랑이 혹자는 부적절하게 출발하다 볼 수 있지만 각자의 삶을 의미있는 인생으로 전환시켜주는 필요한 사이였음을 보여준다. 후에 쑹칭링이 민족해방을 위해 용감하게 싸워나간 혁명정치가로 빈민구제와 복지사업에 몰두한 사회활동가로, 여성해방과 세계평화운동가로 국가와 지구평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으니 좋은 인연이었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이외에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은 여인과 정략적인 결혼을 했던 루이 14세는 결혼직후부터 정부를 두었는데, 다행히(?) 왕비가 죽어 재혼은 사랑하는 사람과했다. 세 살 연상의 마담 맹트농과 비밀결혼을 한 루이 14세는 왕녀도 아닌 하층 몰락 귀족집안 출신의 연상여인과의 결혼은 당시 국가적 망신거리였음에도 과감히 사랑을선택하는 용기를 보인 사람이다.
 
이후에도 루이 14세는 많은 애인들과 사랑을 나누지만 마담 맹트농은 왕비의 타이틀에 연연하기보다 실질적 권력행사에 더 힘을 기울인 현명한 왕의 연인으로 기록된다. 정치가들과 특별한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들은 대체로 현명한 여인들이었다. 남자로부터 사랑을 쟁취하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발전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여인들이었고 국가와 사회에도 유익한 영향을 끼쳤던 여성들이 많았다. 사랑의 열정마저도 정치적 한수 였던 헨리8세와 앤 불린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총 7쌍의 정치가 혁명가 등의 연애와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책은 도덕성을 이유로 현대사회에서는 엄두도 못낼 정치가들의 연애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김유혜민 기자
[2015724일 제6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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